외교부 "지소미아 언제든 종료 가능... 日자산 매각은 사법절차일 뿐"

김인철 대변인, 日 보복 조치 전달 문의엔
"질문 이해 안된다" 되풀이하며 즉답 피해
日 추가보복 예고... 일본제철 "즉시항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일제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우리 법원의 일본 기업 자산 강제압류 명령 공시 송달이 발효된 가운데 외교부는 “사법부의 절차일 뿐 행정부 차원에서 언급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일본이 추가 보복 조치를 예고한 데 대해서는 “구체적인 조치가 나왔을 때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면서도 지난해 11월 종료를 유예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다시 꺼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일본이 어떤 조치를 취할 지 공식 외교 채널로 입장을 전달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질문이 이해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즉답을 피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서울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법원의 자산 압류 명령 공시 송달 효력이 이날 부로 발생하자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 측이 “즉시 항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우리 정부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며 원론적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강제징용 사건은 대법원 판결과 관련된 사안이고 현금화 절차 또한 사법 절차의 일부이므로 행정부 차원에서 언급할 사항은 아니다”라며 “우리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한 문제 해결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고 일본 정부의 보다 적극적이고 성의 있는 호응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 측이 지난해 수출규제에 이어 추가 보복을 예고한 상황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조치가 나왔을 때 실제 대응할 것”이라며 “관련 사항을 예의주시하면서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 측에서 구체적인 조치를 외교 채널로 전달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질문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불성실한 답변만 되풀이하며 말을 돌렸다.

우리 정부의 대응 조치에 이달 한일 지소미아 종료 카드도 포함되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우리 정부는 지난해 11월22일 언제든지 한일 지소미아의 효력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하에 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한 바 있다”며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철회 동향에 따라 이 같은 권리의 행사 여부를 검토해 나간다는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소미아는 날짜에 구애받지 않고 우리 정부가 언제든지 종료 가능하며, 협정을 1년마다 연장하는 개념은 현재 적용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우리 정부가 일본의 수출제한조치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것을 두고 미국이 “일본의 안보 조치는 WTO 심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취지로 일본에 힘을 실어준 데 대해서는 “미국의 기본 입장인 것은 맞다”면서도 “우리 정부는 일본이 제기한 수출규제의 3가지 사유를 모두 다 해소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일본의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철회, 화이트리스트 복귀 등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한편 이날 교도통신과 NHK는 일제 강제동원 배상 소송의 피고인인 일본제철이 한국 법원의 자산 압류 결정과 관련해 “즉시항고를 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현지 기자회견에서 일본 기업의 자산이 강제매각되는 경우와 관련해 “관련 기업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일본 기업의 정당한 경제 활동 보호 관점에서 온갖 선택지를 시야에 넣고 계속 의연하게 대응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일본의 한 TV에 출연해 “방향성은 확실히 나와 있다”며 사실상 보복 조치할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다. 이달 하순 연장 여부 판단 시점이 돌아오는 한일 지소미아와 관련해서는 “가정을 담은 질문에 답하는 것은 삼가겠다”고 말을 아꼈다. 일본 언론은 관세 인상, 송금 중단, 비자발급 요건 강화, 금융 제재, 일본 내 한국 자산 압류, 주한 일본 대사 소환 등을 선택지로 거론하고 있다.

2018년 11월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앞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및 가족들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승소한 뒤 만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대법원은 2018년 10월30일 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위자료 등 손해배상 청구 재상고심에서 일본제철이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일본제철은 이 판결을 수용하지 않았고 피해자들은 같은 해 12월 손해배상 채권 확보를 위해 PNR 주식 압류를 법원에 신청했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지난해 1월 손해배상 채권액에 해당하는 8만1,075주(액면가 5,000원 환산 기준 약 4억원)에 대해 압류를 결정했다. 원고 측은 그해 5월 해당 자산에 대한 매각도 신청했다.

일본 정부는 이에 한국 법원의 자산 압류 결정문을 피고인인 일본제철에 송달하는 것조차 거부했다. 포항지원은 올 6월1일 관련 서류의 공시송달 절차에 들어갔고 그 효력이 8월4일 부로 발생했다. 공시송달은 송달할 서류를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을 통해 알리는 행정절차다. 재판 당사자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송달이 불가능한 경우에 한해 인정되는 최후의 방법이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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