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아이텔의 ‘멕시코 정원-전경’(오른쪽) 연작 등 전시 전경. /사진제공=대구미술관
서독 출신으로 과거 동독지역인 라이프치히에서 회화를 전공한 화가 팀 아이텔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동안 프랑스 파리에서 격리생활을 하고 있었다. 오도 가도 못하는 혼돈의 시기에 화가는 그림을 그렸다. 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어긋난 채 정원을 바라보는, 혹은 마주하고는 있으나 마주 보지 않는 두 사람을 그린 ‘멕시코 정원-전경1’과 ‘멕시코 정원-전경2’는 코로나19로 야기된 격리생활과 소통단절의 상황을 은유한다.
코로나19로 고통을 겪었던 대구가 예술의 힘으로 재도약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가 팀 아이텔의 이 신작들은 대구미술관이 올해의 첫 해외전시로 개막한 그의 회고전 ‘무제(2001-2020)’를 통해 처음 소개됐다. 더 이상 일상일 수 없는 일상, 결코 안온하지 않은 풍경이지만 현대인의 내면을 담고 있기에 작품이 전하는 울림이 남다르다. 8개국 50여 소장처에서 공수해온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10월18일까지 열린다.
팀 아이텔 ‘멕시코 정원-전경2’ /사진제공=대구미술관
이곳에서는 재불화가 정재규의 사진전도 한창이다. 자르고 붙이기, 올짜기와 서예기법까지 더해진 ‘조형사진’들이 세상을 보는 ‘다른 눈’을 제시한다. 미술관의 대규모 기획전 ‘새로운 연대’는 코로나19라는 동시대 현상에 즉각 반응한 대구 지역 작가 12명의 410여 점을 보여준다. 작품들은 일상에 찾아온 위기가 개인의 삶, 생활의 안전, 인간의 존엄, 사회적 연대에 대한 문제까지 제기했음을 보여준다. 최은주 대구미술관 관장은 “지금 같은 위기의 시대에 왜 예술이냐고 묻는다면 인간의 본성 그 자체, 인간의 미래, 인간의 상처 등을 곱씹어 생각할 수 있는 영역은 예술뿐이라고 답할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 위기가 예술가들에게 자발적 동기부여가 됐고 팀 아이텔뿐만 아니라 ‘새로운 연대’ 전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마치 준비했던 것처럼 작품을 내놓아 ‘세상이 위기일 때 예술이 빛난다’는 것을 확인시켰다”고 말했다. 미술관 1층에 놓인 최정화의 플라스틱 소쿠리 소재의 설치작품은 마침내 되찾을 일상을 기원하는 듯하다. 미술관은 2시간에 50명씩, 하루 200명 관람객을 예약제로 받고 있다.
대구미술관 1층 어미홀에 설치된 최정화 ‘카발라(Kabbala)’. 16m 높이로 플라스틱 바구니로 이뤄진 작품이다. /사진제공=대구미술관
대구지역 최대 화랑으로 해외아트페어 등지에서 활약하고 있는 리안갤러리는 ‘행오버 부기(Hangover Boogie)’라는 제목으로 유럽의 젊은 추상화가 3인의 그룹전을 최근 개막해 9월12일까지 연다. 과감한 몸짓으로 선을 휘갈기는 이나 겔큰, 형태가 정해지지 않은 색 덩어리를 보여주면서 조각·설치·퍼포먼스까지 넘나드는 메간 루니,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최근에는 현란한 색을 사용해 눈길을 끄는 크리스 서코가 그 주인공이다.
코로나19 등 위기에 반응한 작가들의 신작을 선보인 기획전 ‘새로운 연대’ 전시 전경. /사진제공=대구미술관
기획전 ‘새로운 연대’ 전시 전경. /사진제공=대구미술관
대구 달성군 강정보 인근의 디아크 광장에서는 조화를 통한 치유와 상생을 주제로 한 ‘2020 달성 대구현대미술제’가 9월4일부터 한 달 간 열린다. 25팀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야외 설치미술제로, 밀폐·밀집의 자제를 권고하는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지켜 진행될 예정이다. 강정 지역은 1970년대 전국에서 모인 전위예술가들이 낙동강변 백사장에서 국내 최초의 집단적 미술운동을 벌였던 장소로 한국 현대미술의 실험정신이 깃든 곳이다. 1979년에 맥이 끊긴 대구현대미술제를 달성문화재단이 2012년부터 부활시켜 매년 개최하고 있다. 대구화랑협회 주최로 대구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대구아트페어는 오는 11월12일 개막을 목표로 착실히 준비 중이다. 관람객 과밀을 대비해 참여 화랑 수를 대폭 줄이고 입장객 수도 제한하기로 했다.
/대구=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