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윤 총장은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를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대검찰청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독재 배격”이라는 작심 발언을 한 데 이어 6일 검찰 인사위원회까지 열리면서 검찰 안팎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추미애 장관이 지난 1월에 이어 이번 인사에서도 윤 총장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을 경우 법무부·검찰 사이 재차 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터라 이른바 ‘총장 패싱’이 발생하면 윤 총장이 거취 판단을 하게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6일 검찰 인사위원회를 연다. 하지만 아직 윤 총장은 추 장관에게 인사에 대한 의견을 내지 않았다. 이는 검찰청법에서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검찰 안팎에서는 추 장관이 형식적이라도 윤 총장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윤 총장이 의견을 제시하더라도 추 장관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해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발동함으로써 양측이 갈등 국면을 겪고 있어서다. 앞선 1월 검찰인사 때도 추 장관은 윤 총장을 검찰 인사위원회가 열리는 당일에 불러 인사안을 보내주지 않은 상태에서 의견을 듣기로 했었고, 이에 윤 총장은 호출을 거부했었다.
만약 이번에도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의견을 아예 듣지 않거나 형식적으로만 듣는 것에 그칠 경우 윤 총장을 향한 사퇴 압박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지휘권까지 뺏긴 데 이어 인사에서도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면 말 그대로 ‘식물총장’으로 전락하면서 자리를 지킬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윤 총장이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현 정권을 겨냥해 낸 메시지가 최후통첩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윤 총장은 전날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라는 진짜 민주주의”를 역설하고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어떤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추 장관의 이번 인사가 윤 총장 발언에 대한 ‘답변’ 성격이 클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만큼 양측의 갈등 국면이 극으로 치달을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인사 폭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앞선 1월 인사에서 윤 총장 측근 검사들이 대거 좌천된 터라 추이는 이어가되 범위는 좁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검경수사권 시행령 세부안에서 중대수사의 경우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한 조항을 넣었다가 삭제하는 등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도 그 근거로 꼽힌다. 아울러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유임할 경우 인사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 총장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인 이 지검장이 윤 총장 사임 전까지 계속 견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손구민·조권형기자 kmso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