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신약기술 1조 수출

인슐린 분비-에너지 대사 조절 후보물질
얀센서 수출 반환됐지만 재수출에 성공
계약금1,000만달러…마일스톤 8.6억 달러


한미약품(128940)이 글로벌 제약사 MSD에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는 바이오신약 후보물질을 수출한다. 앞서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비만·당뇨 치료제로 수출했지만 신약 출시에 이르지 못하고 지난해 반환된 물질이다. 하지만 치료질환을 바꿔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에 최대 1조원대 규모로 기술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한미약품은 4일 미국 MSD에 바이오신약 후보물질 ‘랩스 GLP 글루카곤 수용체 듀얼 아고니스트(HM12525A)’에 대한 개발 상용화 권리를 총액 8억7,000만달러(약 1조386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확정된 계약금은 1,000만달러(약 120억원)이며 단계별 임상개발 및 허가 상업화 성공보수(마일스톤)로 최대 8억6,000만달러를 받는다. 제품 출시 이후 로열티도 10%가 넘는다.


‘에피노체그듀타이드’로도 불리는 이 물질은 인슐린 분비와 식욕 억제를 돕는 GLP-1과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이중작용 치료제로, 한미약품이 보유한 약효지속 기반 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됐다. 앞서 지난 2015년 얀센에 9억1,500만달러(약 1조1,237억원)에 기술수출됐지만 얀센은 지난해 7월 당뇨를 동반한 비만 환자에 대한 혈당조절 결과가 내부 기준에 미달됐다는 이유를 들어 해당 물질을 한미약품에 반환했다.

하지만 한미약품은 이 물질의 치료질환을 NASH로 바꿔 임상 2상을 진행했고 MSD에 기술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NASH는 음주와 관계없이 발생하는 지방간이며 정확한 발병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당연히 치료제도 없다. 많은 제약사가 NASH 치료제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샘 엥겔 MSD 임상연구센터 당뇨내분비내과 총괄은 “HM12525A의 임상 2상 데이터는 이 후보물질이 NASH 치료제로서 개발될 수 있는 주목할 만한 임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며 “MSD는 이 후보물질 개발을 계속해 대사질환 치료를 위한 의미 있는 의약품 개발이라는 우리의 사명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술수출이 계속된 계약 파기로 어려움을 겪던 한미약품에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한미약품이 수차례 기술수출을 진행하고 파기하던 과정에서 신약개발뿐 아니라 기술수출 계약의 경험도 쌓았을 것”이라며 “MSD도 이미 한 번 반환됐던 물질임을 아는 만큼 쉽게 반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전체 계약 규모에 비해 확정된 계약금이 낮다는 일각의 지적에 한미약품 측은 “임상 2상까지 진행한데다 빠른 계약을 원한 만큼 성공보수가 더욱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은 “고(故) 임성기 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혁신신약을 위한 연구개발(R&D)을 중단없이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임진혁·우영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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