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억원 뇌물’ 혐의 스페인 전 국왕, 자국 떠난다


1,200억원대 돈세탁 등 부패 스캔들에 휩싸인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 1세(82·사진) 전 국왕이 스페인을 떠난다.

3일(현지시간) 엘파이스 등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왕실은 카를로스 상왕(上王)이 아들인 국왕 펠리페 6세에게 스페인을 떠나 있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카를로스 상왕은 사우디아라비아 측으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건네받아 이를 스위스 비밀계좌에 은닉해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스페인 대법원은 지난 6월 사우디의 고속철 수주 사업에 카를로스 상왕이 부당하게 개입했는지에 대한 수사 개시를 명령한 바 있다.

앞서 스위스 일간지 라 트리뷴 드 주네브는 카를로스 상왕이 사우디의 전 국왕으로부터 고속철 사업과 관련해 1억달러(약 1,200억원)의 뇌물을 받았고 조세 회피처에 자금을 은닉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카를로스 상왕은 사우디의 메카와 메디나를 연결하는 고속철 사업권을 따낸 스페인 컨소시엄이 사우디 정부로부터 받아야 할 대금의 지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이를 막후 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중재의 대가로 사우디의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전 국왕으로부터 거액을 받아 이를 자신과 내연관계인 독일인 여성 사업가 코리나 라르센을 통해 스위스의 비밀계좌에 넣어두고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지난달 한 기자회견에서 카를로스 상왕을 둘러싼 부패의혹에 대해 “우려스러운 혐의들이 있다”고 비판했다.

카를로스 상왕은 딸 크리스티나 공주 부부의 공금횡령 혐의 등 왕실의 잇따른 추문으로 왕실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고 건강도 나빠지자 2014년 6월 퇴위를 선언하고 아들 펠리페에게 왕위를 이양했다. 스페인을 떠나기로 한 카를로스 상왕이 외국 어디에서 기거할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스페인 법률상 국왕은 재위 기간에 행한 범죄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이 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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