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여는 수요일] 세상에 공짜가 어딨나요

김은경

아부지

이제 아무 전화나 받고

공짜로 뭘 준다고 해도 듣지 마세요

예, 아부지?

이거 이 년 약정이니까 해지 못 해요

이 년 동안은 무조건 이거 쓰셔야 해요

안 그러면 또 위약금 물어야 해요

- 그랴 내가 그날 뭐에 씌어서


그런데 내가 이 년은 살 수 있을랑가 모르겄다

그 대목에서 왜 웃음이 났을까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책 제목처럼

죽고 싶지만 새 핸드폰은 갖고 싶은

마음

그 마음 때문에

실실 웃음이 난다

농담과 진담을 구별할 수 없는 날들

어제 놓친 버스를 오늘도 놓친다

고객님.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곧 차세대 5G 통신망 기지국을 삼도내 건너편에 세울 거예요. 꼬박꼬박 할부금만 내시면 이승에서 저승까지 서비스가 되거든요. 안심하고 사용하시다가 지니고 가셔요. 세종대왕 만나거든 천지인 자판 보여드리면서 고맙다고 전해주셔요. 죽고 싶지만 떡볶이를 먹고 싶다구요. 그곳에서도 배달 앱을 사용할 수 있을 거예요. 세상에 공짜가 없다구요. 태어날 때 동전 한 닢 가져오셨나요. 붉은 주먹과 대책 없는 울음밖에 더 가져오셨어요. 이만큼 사는 게 다 공짜지요, 무제한으로 누리셔요. <시인 반칠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