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인구분산 그친 공공기관 지방이전...완료후 수도권 다시 순증

국토硏 '혁신도시 15년 성과평가'
"지역특성 고려없는 나눠주기 한계"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지난달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치와균형포럼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부 균형발전정책 추진현황 점검 및 과제에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정부 시절 본격화된 공공기관 지방이전 및 혁신도시 건설, 이른바 공공기관 이전 ‘시즌1’이 지역 간 연계보다는 형평성을 우선 고려한 지역 배분에 집중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토연구원은 5일 발표한 ‘혁신도시 15년의 성과평가와 미래발전 전략’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국토교통부의 발주로 국토연구원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당초 올해 4월 총선 전인 지난 3월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까지 계속 발표가 미뤄져 왔다. 보고서는 공공기관 이전과 혁신도시 건설이 수도권 인구 분산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산과 대구, 광주·전남, 울산 등 전국 10개 혁신도시의 인구는 20만4,000명으로 오는 2030년 계획인구의 76.4% 수준이며 1,704개의 기업이 혁신도시로 입주를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연구원 측은 “혁신도시에서 수도권으로 유출되던 인구가 공공기관 이전이 본격화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순유입으로 전환하는 등 수도권 인구 분산 효과가 나타났으나 공공기관 이전이 완료되면서 다시 수도권 인구가 순증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계도 뚜렷했다. 공공기관 배치 과정에서 중앙정부가 각 시도별 발전 정도를 감안해 형평성을 우선 고려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지역 특성을 고려한 효율성이 미진했다는 것이다. 국토연구원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 지역 산업과의 연계성 부족은 아쉬운 지점”이라며 “중앙정부의 일괄 배치 방식으로 이전 공공기관의 선호도나 지역의 유치 희망은 반영이 덜 됐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배치가 지역 ‘나눠주기’ 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각 지자체에서 입지선정 기준이나 결과에 대한 이의 제기가 이어지는 등 지역·집단 간 분쟁을 초래한 측면도 있다. 또 혁신도시가 주로 신도시형·신시가지형 위주로 개발된 까닭에 인프라 설치를 위한 예산 투입이 지속됐고 주거나 교통 등 정주 여건 개선도 해결 과제로 분석됐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혁신도시를 신(新)지역성장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전향적인 기업 인센티브 등 민간기업 입주 및 투자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당정은 공공기관 이전 ‘시즌2’를 이행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지방으로 옮길 100곳 안팎의 공공기관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이 122개인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이 이전 대상에 포함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IBK기업은행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설(說)’이 제기됐으나 청와대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이전 방안은 검토되지 않았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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