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김소희 인턴기자
정부의 ‘8·4 주택공급대책’이 결국 강북 등 특정지역에 물량을 집중적으로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제가 신규 택지 발굴을 통해 공급하기로 한 3만3,000여가구(과천청사 제외)를 지역별로 분석한 결과 강북 신규 택지공급 물량이 강남권의 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권에서는 노원구 태릉골프장과 상암동 서부면허시험장 등 총 1만8,500가구가 신규 공급될 예정인 반면 강남 3구는 고작 2,600가구에 불과하다. 서울 강북권에 주택공급 물량 폭탄이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노원구 주민 등은 집회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지난해 발표한 수도권 30만가구 공급대책과 5월 공급방안 등을 종합하면 강남권서도 1만 5,000가구 이상 공급돼 물량이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강북 지역은 이번 8·4대책에 따라 임대주택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올 6월 기준으로 임대주택 비율 상위 지역을 보면 강서구 14%, 노원구 13% 등을 기록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결국 이렇게 되면 임대주택이 특정 지역에 더욱 몰리게 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 마포·노원에서 1.6만가구…강남 3구는 2,600가구=서울 강북에서는 노원구(1만가구), 마포구(6,200가구), 용산구(3,100가구) 순으로 공급 물량이 많았다. 용산구는 특히 지난 5월에 발표했던 용산정비창(8,000가구)의 추가 공급 물량까지 포함하면 총 1만3,100가구가 최종 공급될 예정이다. 마포구는 당초 공급 예정물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는데 상암동 일대 서부면허시험장·자동차검사소·견인차량보관소 등이 대거 포함되면서 총 공급량이 6,000가구를 넘어섰다.
반면 서울 강남권에서는 서울지방조달청 부지(1,000가구)를 제외하면 신규 택지 가운데 1,000가구 이상 공급되는 곳이 없다. 서울 강남의료원 부지(1,000가구)는 기존에 택지 개발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에 신규 택지공급 물량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강남의료원 부지는 이번에 용적률을 높여 총 3,000가구 규모까지 공급량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외에는 서초구 국립외교원 부지(600가구), LH 서울지역본부(200가구), 송파구 문정동 미매각 부지(600가구), 거여동 공공공지(200가구) 등 공급량이 수백가구 수준이다. 강남 3구의 공급 물량은 2,600여가구다.
서울 강남 일대에 중규모 이상의 공급이 빠진 것은 유력한 택지 후보지로 평가받았던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잠실 마이스(MICE) 개발과 연계한다는 이유에서 SETEC 개발을 보류했다. SETEC은 인근 동부도로사업소와 연계하면 3,000가구의 주택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강남권에서 수천가구의 공급이 가능한 잠실·탄천·목동 유수지도 이번에 대상에서 빠졌다. 과거 행복주택 건립을 계획했다가 주민들의 거센 반대로 무산된 전력이 있는데다 최근 수해 발생 위험성 등을 고려하면 택지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강북 쏠림과 관련 최근 2차례 공급대책에서 나온 물량을 합치면 특정지역에 몰리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도권 30만가구 공급대책, 올 5월 공급대책 등을 종합하면 용산구 1만 6,000가구, 노원구 1만 3,000가구, 강남구 6,000가구, 서초구 5,000가구로 강남 일대도 공급물량이 적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미 임대 비율 높은데…노원·마포, 임대타운 우려도=서울 강북 지역에 물량 공급이 몰리면서 노원구와 마포구가 임대타운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신규 택지 가운데 대부분이 공공택지인 만큼 공공임대 물량이 다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울경제가 서울시를 통해 확보한 서울시 자치구별 가구 수 대비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살펴보면 서울 강서구가 14.74%로 가장 높다. 노원구는 13.9%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두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태릉골프장 공급 물량 1만가구 중 35%가량이 공공임대로 제공된다면 임대주택 비율은 상승하게 된다. 노원구 주민들은 대규모 인구 유입으로 인한 교통 체증, 주거여건 악화와 더불어 임대주택이 특정지역에 몰리는 것과 관련해서도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역시 상암동 일대가 임대타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마포구는 공공임대 비율이 10.08%(7위)로 서울 자치구 가운데 높은 편이다. 마포구는 총 6,200가구가량 공급이 예정됐는데 공급 물량이 상암동 일대에 쏠려 있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 상암동 일대 신규공급은 분양 물량이 70%가량되도록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8·4대책과 관련 서울 신규 택지가 부족해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고 평가했지만, 공공임대가 특정 지역에 몰리는 것은 각종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중심부의 고급 주거단지와 외곽의 저소득층 주거단지 개념으로 지역이 구분될 우려가 있다”며 “국가의 전체적 균형발전 측면에서 불균형이 일어나는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정부가 의도적으로 택지공급 물량과 임대주택 공급을 한곳에 쏠리도록 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가용할 수 있는 부지가 많지 않다 보니 발생한 현상인데 계층·지역 간 갈등이 유발될 수 있는 만큼 부작용을 줄일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강동효·진동영기자 kdhy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