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떠 넘기고 분담금 그대로'..."50층 올려 정부에 바칠 걸 왜 하냐"

<재건축 조합 조사해 보니>
"상한제 등 온갖 규제 적용받는데
조합원에 돌아오는 당근은 없어"
강남·목동 등 주요 단지들 싸늘
용적률 높은 강북 일부만 저울질

압구정 아파트 전경./서울경제DB

정부가 주택공급 방안으로 야심 차게 내놓은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공공재건축)’이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서울경제가 주요 지역의 조합들을 대상으로 긴급 조사한 결과 15층 이상으로 이미 용적률이 상당히 높은 강북 일부만 그나마 ‘검토해볼 수 있다’는 반응을 나타낸 반면 강남·목동·여의도 등 주요 단지들은 ‘전혀 관심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한 조합 임원은 “조합원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없다. 공공재건축으로 50층까지 지어 나라에 바칠 거면 누가 하느냐”고 반문했다.

우선 3,930가구 규모의 대단지인 서울 송파구 잠실5단지의 정문복 조합장은 “지금 정비계획대로만 해도 이미 300~400%의 용적률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일반분양이 2,000가구 이상 나온다. 굳이 500%로 높여서 기부채납할 이유가 없다”며 “추가 인센티브 같은 것은 필요 없으니 재건축 일정에 속도만 내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조합원들이 (공공재건축에 대해) 극구 반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공 5단지는 지난 2005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고 2013년 조합이 설립됐지만 아직까지 사업시행 인가를 못 받고 있다. 잠실 미성크로바 조합 관계자는 “임대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분담금도 줄어들지 않는다. 수익이 별로 나아지지 않는데 50층 올려서 나라에 다 바칠 거면 누가 하나”라고 반문했다.


한강변 50층 아파트를 주장해온 강남구 압구정3구역도 반응이 싸늘하기는 마찬가지다. 안중근 압구정3구역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은 “공공재건축은 거주자 쾌적성이나 사업장의 특성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일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에게 돌아오는 당근도 없다. 인센티브 90%를 환수하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분양가상한제까지 다 적용한다”며 “정부가 조합에 대한 배려 없이 자기들 위주로만 생각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4,424가구 규모의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이정돈 조합장은 “재건축을 통해 임대주택 수만 늘리려는 것 같다”며 “주민들도 별 이익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 역시 “공공재건축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목동 7단지 재건축 관계자 역시 “목동은 평균 용적률이 120%에 불과해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올릴 경우 250%가 가능하고 기부채납을 조금 더 하면 300%까지도 가능하다. 이렇게 하면 이미 가구 수가 두 배 정도는 충분히 늘어난다”며 “그런데 굳이 500%로 용적률을 올려 이익의 90%를 환수당하고 임대주택을 넣어가면서 공공재건축을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용적률이 이미 높아 인센티브가 필요한 강북 재건축 단지나 리모델링 아파트가 그나마 공공 재건축에 관심을 보이는 정도다. 노원구 중계동·상계동 등 강북 일부 지역의 15층 이상 재건축 단지는 이미 용적률이 200%이다. 서울 노원구 월계시영 재건축 추진위원회 측은 “공공재건축을 수용할 경우 9,000가구 규모로 재건축이 될 듯하지만 이에 대해 주민 간에 찬반이 갈리고 있다”며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어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4일 공공기관의 참여를 전제로 주택 등을 기부채납하면 서울 강남 재건축단지의 층수를 최고 50층까지 올려주는 것을 골자로 한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재건축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참여하고 증가한 용적률의 50~70%를 기부채납하면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높여 50층 건립을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용적률 증가에 따른 기대수익률 기준으로 90% 이상을 환수할 계획이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정부의 공급 대책이 효과를 보려면 공공재건축이 효과를 내야 한다”며 “정부가 공공재건축에 대해 조합의 수익률을 보장하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바꾸지 않는 한 공공재건축이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윤선·권혁준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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