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고위공직자 부동산 재산 분석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이호재기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부동산·금융 정책을 다루는 정부 부처 고위공직자 107명의 부동산 재산을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107명 중 36%인 39명이 2채 이상의 집을 보유한 다주택자라고 밝혔다. 또 고위공직자 107명의 1인당 평균 부동산 재산은 12억원으로 국민 평균의 4배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집값 상승을 억제해야 하는 정책 담당자들이 ‘부동산 부자’인 상태로는 제대로 된 부동산 대책이 만들어질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경실련은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국토부 기재부 등 고위공직자 부동산 재산 분석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고위공직자 다주택 보유 논란에 따라 여당과 정책 수장들의 다주택 매각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공직자들은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고위공직자 부동산 재산 분석은 올해 3월 정기 공개한 재산 내용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 부동산·금융 정책을 다루는 주요부처와 산하기관 소속 1급 이상 고위공직자 107명이 분석 대상이다.
/자료=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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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에 따르면 본인과 배우자 명의 기준 2주택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는 총 39명으로 전체의 36%에 달했다. 무주택자는 7%에 해당하는 8명에 불과했으며, 3주택 이상 보유자는 장호현 한국은행 감사를 포함해 7명이었다. 장성현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간사는 “다주택자 대부분이 서울 요지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공무원 특별 분양을 통해 세종시에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강남 4구와 세종시에 아파트를 갖고 있다”며 “세종시 아파트는 최근 세종시 부동산 가격 급등과 맞물려 분양가의 2배 이상으로 오른 상태”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조사 대상인 107명의 평균 부동산 재산은 12억원이며 부동산 재산 상위 10명은 1인당 33억5,000만원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 출신인 김상균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 가장 많은 75억원 상당의 부동산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이 39억2,0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경실련은 “부동산 재산 상위 10명 중 6명이 주택정책을 다루는 국토부, 기재부, 금감원 소속”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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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경실련은 고위공직자 중 부동산 재산 상위 10명의 아파트·오피스텔 가격이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평균 7억8,000만원 올랐다고 비판했다. 강남구 개포동 소재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이 16억원으로 가장 많이 올랐다. 경실련은 “부동산 재산 상위 10명이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와 오피스텔은 평균 59% 상승했다”며 “부동산 정책과 직접 관련이 있는 국토부, 기재부, 금융위, 한국은행 소속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재산은 51%에 달하는 5억8,000만원이 올랐다”고 지적했다.
이에 경실련은 부동산 정책을 다루는 부처의 다주택 보유자나 부동산 부자를 업무에서 제외시키고 재산 신고 대상인 4급 이상 공직자들의 부동산 재산 실태도 조사해 부동산 투기 근절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헌동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고위공직자들이 알짜배기 아파트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올바른 부동산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경실련은 “이들이 만들어낸 투기조장책 8.4 대책을 당장 철회하고 국민 눈높이에서 부동산 투기 근절책을 추진할 수 있는 자들을 임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기문기자 do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