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고 최 선수의 선배 A씨가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고 최숙현 선수 사건을 계기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스포츠계 인권 실태를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해 빙상 스포츠계 성폭행 사건이 불거지는 등 ‘스포츠계 미투(Me Too)’가 확산한 이후에도 직권조사에 나섰지만 최 선수 등 물밑 피해자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번 조사가 기존의 겉핥기식 조사를 넘고 스포츠계 인권 실태의 그늘을 밝힐 지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인권위는 6일 선수와 지도자의 스포츠인권 인식, 훈련실태 및 여건, 인권침해 발생여부 등을 심층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부터‘스포츠인권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최영애 위원장은 현장조사가 실시되는 서울 동작구 숭의여자중학교를 방문했다.
이번 현장조사는 학교운동부, 스포츠클럽, 직장운동경기부 등을 대상으로 스포츠계 인권 침해의 양상을 살피고 종목별 특성을 심층적으로 조사하는데 방점이 찍힌다. 인권위 조사관은 현장을 방문해 선수와 지도자는 물론 과거 선수로 활동하다가 진로를 변경한 전직 선수, 학부모 등을 면담한다.
인권위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계기관에 제도 개선을 권고할 방침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스포츠계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등 스포츠계 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서 기울일 예정”이다고 밝혔다.
인권위 스포츠계 인권실태 현장조사 관련 Q&A/인권위
하지만 이번 현장조사가 스포츠계 인권실태를 드러낼 수 있을 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조재범 전 코치의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스포츠계 미투 흐름이 이어지자 지난해 4월부터 약 8개월 간 스포츠계 인권 실태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나섰다. 당시 74개의 대한체육회 회원종목 단체, 245개의 시도·시군구 체육회 등을 대상으로 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당시 최 선수가 속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도 포함됐지만 조사팀은 최 선수 사례를 인지 못했다. 조사 대상이었던 경주시청 체육진흥과 관계자들이나 체육회 관계자들은 해당 조사에 대해 뚜렷이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시 조사 방식은 주로 신고가 이뤄진 사건들을 자료 위주로 사후 검토하는 등에 머물러 물밑에서 일어나는 인권 침해 심층 실태를 파악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조사 방식은 주로 신고가 이뤄진 사건들을 자료 위주로 검토하는 등 인권 침해 실태의 심부를 파악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용철 서강대 스포츠심리학과 교수는 “작년에도 전수조사를 했지만 이를 통해 뭘 하겠다는 건지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이런 식의 전수조사와 문제의 핵심에 깊게 접근하는 것은 궤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조사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왜 이런 문제가 구조적으로 생겨나는 지에 대해서 더 방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