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율주행 셔틀버스 ‘옵티머스 라이드’ /사진제공=전국경제인연합회
미국·중국·독일 등 주요국이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미래차 산업에 파격적인 투자를 벌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규제장벽에 가로막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 교수에게 의뢰해 ‘주요국 신산업 지원 정책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를 6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은 2035년까지 약 1조달러 규모 이상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미국 정부는 2012년 80억달러(약 9조5,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지원 방안을 발표했고 2016년 ‘연방자율주행차량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는 등 직접 미래차 상용화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율주행 셔틀버스 ‘옵티머스 라이드’가 뉴욕에서 운행을 시작하는 등 시범사업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자율주행 셔틀버스 ‘옵티머스 라이드’ /사진제공=전국경제인연합회
중국도 미래차(신에너지 자동차)를 ‘제조 2025’ 계획의 10대 육성 사업 중 하나로 지정했다. ‘자동차와 전기차 산업발전계획’을 통해 2011년부터 10년간 1,000억위안(약 18조5,000억원)을 전기차 개발과 보급에 투입하기도 했다. 올해 종료하기로 했던 신에너지차 보조금과 구매세 면제 혜택은 2022년까지 연장했다.
독일은 친환경차를 개발하고 대중화하기 위한 ‘전기차 개발계획(NPE)’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연구개발, 지능형 전력망 구축, 전기차 구매 시 세제 지원 등이 주된 내용이다. 독일은 2022년까지 전기차 100만대를 상용화하기 위해 전기차 모델을 2018년 기준 47개에서 75개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우리나라 역시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는 등 신산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타다 금지법’처럼 신산업에 걸림돌이 되는 정책을 내놓기도 한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기존 산업 이해관계자와 새롭게 진입한 사업자 간 규제갈등이 발생했을 때 조정하는 능력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지난해 국가경쟁력 평가에도 드러난다. 우리나라는 141개국 중 ‘혁신 역량’ 분야에서 6위, ‘비즈니스 역동성’ 분야에서 25위 등을 차지했지만 정부 규제 수준은 87위에 그쳤다. 이는 방글라데시(84위), 에티오피아(88위)와 비슷한 수준이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 역시 76위로 저조했다.
보고서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관련 규제 장벽을 낮추고 인재 육성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미국은 AI 분야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행정명령을 내려 AI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학계·산업계 종사자들에게 정보 인프라를 개방했다. 지난 1월에는 ‘AI 애플리케이션 규제에 관한 가이드’를 발표해 규제 장벽 최소화를 강조했다.
영국은 2018년 4월 50개 이상의 기업·기관들과 총 10억파운드 규모의 AI 관련 민관 협약을 체결해 그 중 3억파운드 이상을 민간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주요국들의 신산업 육성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