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을 따를 경우 회사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자본 다수결 원칙(보유 주식 수 기준)과 배치될 수 있으며 회사 내부의 사적 자치 영역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라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박철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은 지난 6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검토보고서를 작성했다.
박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는 소수 주주 의결권 강화 및 대주주 견제를 위해 집중투표제 청구 요건을 발행주식 총수 100분의3 이상 보유자에서 단독주주권(1주 이상 보유)으로 완화하는 것과 우리사주조합·소액주주 추천 사외이사 선임 의무화, 이사 임기 단축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박 전문위원은 전반적으로 기업 경영 자율성 및 주주 권리를 침해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집중투표제 청구요건 완화 조항에 대해서는 △기업의 자기결정권 침해 △기업에 대한 과도한 개입 등을 우려했다. 주주대표소송 청구 기각 시 기업의 주주 통보 의무화, 주주 자격 상실 후 대표소송 효력 인정을 뼈대로 한 주주대표소송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이사의 경영 판단 내용을 공개하는 과도한 경영 개입에 해당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재계에서 박 의원 개정안의 대표적인 문제 조항으로 꼽히는 우리사주·소액주주 추천 사외이사 선임 의무화와 이사 임기 상한 단축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박 전문위원은 “이사(사외이사)는 주식 수를 기준으로 자본 다수결 원칙에 의해 선임되는데 (사외이사 선임 의무화는)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사의 임기가 단기간으로 규정되면 기업 경영계획 수립·집행에 있어 단기 실적에 치중된 경영활동을 할 가능성이 높고 상법에 정해진 감사·준법지원인 임기 3년과의 균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상임위원회별로 배치된 국회 사무처 소속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는 대개 상정된 법안의 법적 타당성·문제점 등을 분석해 상임위원회 심사 방향을 정하는 주요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하지만 최근 여당이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법안 통과를 강행하면서 참고자료 역할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근 여당이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부동산 3법’ 역시 관련 상임위 검토보고서에서는 반대 취지의 의견을 냈다. 이 때문에 박 의원의 상법 개정안 역시 많은 부작용이 예상되는 조항들이 포함된 채 개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박 의원의 상법 개정안은 삼성 같은 일부 대기업을 겨냥해 만들어졌고 대기업·중소기업 구분 없이 기업 경영에 장애가 되는 독소조항들을 담고 있다”며 “국회에서 여당이 다시 막무가내식으로 입법 절차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