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한 뒤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받은 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이 국내 자산에 대한 한국 법원의 압류명령에 불복해 즉시항고했습니다.
즉시항고를 하게 되면 일본제철과 포스코의 합작법인 PNR의 주식 8만1,075주에 대한 압류 명령의 효력이 정지됩니다. 일본 아베 정권이 대한(對韓) 추가 보복조치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압류 다음 단계인 매각 절차에 제동이 걸리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한일 양국은 파국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게 됐습니다.
━ 즉시항고, 한일갈등 해소 골든타임 |
압류결정에 대한 확정이 늦춰지면 일본제철의 자산 매각 절차도 자연스럽게 뒤로 미뤄지게 됩니다. 한일 양국은 강제 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게 됐습니다.
강제징용 소송 피해자측 변호인이 2018년 12월 4일 한국 대법원의 손해배상 판결 이행을 촉구하는 협의 요청서를 전달하기 위해 도쿄 지요다구 마루노우치의 신일철주금 본사를 방문했다. 왼쪽부터 야노 히데키(矢野秀喜) 강제연행·기업 책임추궁 재판 전국 네트워크 사무국장, 임재성 변호사, 김세은 변호사. /도쿄=연합뉴스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 이후 1년 10개월 동안 침묵하던 일본제철이 즉시항고를 하며 사법절차에 대응한 것도 시간을 벌기 위한 아베 정권의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국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장기화와 미중 갈등 등 악재가 많은 상황에서 일본과 전면전은 부담이 큽니다. 지난 4일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이 일본의 추가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을 묻는 질문에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김 대변인은 “구체적인 대응방안은 (일본 측의) 구체적인 조치가 나왔을 때 실제 대응이 될 것”이라면서도 “우리 정부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하며, 외교채널을 통한 문제 해결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임과 일본 정부의 보다 적극적이고 성의 있는 호응을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 日, 시간지연 노림수 |
특히 외교가에서는 아베 정권이 과거사 청산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권과는 일제 강제징용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보고 차기 정권과 해당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시간을 벌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일본의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 신문이 ‘옛 징용공(징용 피해자) 문제, 한국은 사태 악화를 방치하지 말라’는 제목의 6일자 사설에서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일본 측의 반감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요미우리는 사설에서 “문재인 정권이 사태 악화를 이 이상 방치해 한일관계 기반을 부수도록 내버려둘 순 없다. (한국의) 국내 사법판단과 정권의 사상적 입장 때문에 국가 간 약속을 방치한다면 안정된 외교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징용공에 (배상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면 한국의 과거 정권이 했던 것처럼 문 정권이 책임지고 실행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 한일관계, 운명의 8월 |
아베 신조 총리는 코로나19로 인한 일본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대한 초강경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탓입니다. 아베 총리는 그간 정치적 위기 때마다 반한 감정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해 지지율을 끌어올렸습니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기반인 집권 자민당과 일본 보수층이 한국 법원의 일본 기업 자산 강제 매각 절차에 대한 반한 감정을 고조시키는 것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한일 고위급 인사 간의 설전이 격화되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등 양국갈등은 경제를 넘어 안보영역으로 확전될 우려도 큽니다.
0715A05 지소미아군사협력
이달 말로 예정된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 한국은 언제든 종료할 수 있다는 강경한 방침을 정했습니다. 외교부는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 “우리 정부는 작년 11월 22일 언제든지 한일 지소미아의 효력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하에 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한 바 있다”며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철회 동향에 따라 이 같은 권리 행사 여부를 검토해나간다는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지소미아) 협정을 1년마다 연장하는 개념은 현재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