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 주택가가 폭우로 침수돼 있다./전남=연합뉴스
올 여름 집중호우로 50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가운데 제5호 ‘태풍’ 장미가 북상하며 풍수해 피해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9일 기상청에 따르면 북상 중인 제5호 태풍 장마는 다음날 오후 3시 부산 남서쪽 약 50km 부근을 지나며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태풍의 영향으로 10일 전국 비가 오고, 경남과 제주에는 강한 바람과 함께 매우 많은 비가 내릴 예정이다.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으로 북상하며 이날 오전 7시 기준 경기도와 충청남도, 전라도 서해안에 시간당 30∼50mm의 매우 강한 비가 오고 있다. 서해상에서 발달한 비구름대가 계속 유입되면서 서울·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서해안, 강원도 영서 지방에는 강한 비가 이어질 예정이다. 기상청은 “최근 많은 비가 내려 지반이 약해진 가운데 11일까지 많은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저지대 침수, 산사태, 축대 붕괴 등의 비 피해가 없도록 철저히 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집중호우로 총 50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이는 지난 2011년 호우와 태풍으로 78명이 사망·실종된 이후 가장 많은 인명피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6월 24일 중부지방에서 장마가 시작된 이후 47일째인 이날 현재까지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38명, 실종자는 1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13일 경남 함양에서 배수로 작업을 하던 남성 2명이 목숨을 잃고 같은 달 23~25일 부산 지하차도 침수로 3명이 숨지는 등 울산·김포 등에서 모두 5명이 사망했다. 30일에는 대전에서 통제된 지하차도를 지나던 행인 1명이 물에 빠져 숨졌다. 이어 이달 1일부터 수도권과 충청, 전남 지역에 연달아 폭우가 쏟아지면서 30명이 숨지고 12명이 실종됐다. 호우로 인한 인명피해는 2011년 77명을 기록한 뒤 2019년 1명 등 한 자릿수를 유지해왔다.
예측하기 어려운 폭우와 함께 정부의 뒤늦은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일 이미 사망·실종자가 17명이 나오고 800명 이상 이재민이 발생했지만, 중대본은 지난 2일 오후에서야 대응 수위를 최고 3단계로 높였으며, 풍수해 위기경보 최고단계인 ‘심각’은 3일 오후에야 발령했다. 길어진 장마도 피해를 키웠다. 올해 장마는 47일째 이어지며 역대 최장 장마로 기록될 전망이다. 중부지방의 경우 역대 장마가 가장 길었던 해는 2013년의 49일이며, 장마가 가장 늦게 끝난 해는 1987년 8월 10일이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