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여자친구의 동의를 받고 신체 부위를 촬영했더라도 나체로 잠든 사진을 몰래 촬영했다면 성범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대법원 2부(박상옥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17·2018년간 총 4차례에 걸쳐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나체로 잠든 여자친구의 몸과 얼굴을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가 사진 촬영 전 여자 친구로부터 명시적인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했으나, 평소 여자친구가 뚜렷하게 거부하지 않았고 종종 동의도 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역시 1심과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부는 A씨가 평소 여자친구의 묵시적 동의를 받고 사진을 찍은 점은 인정했지만, 나체로 잠든 사진 촬영까지 동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잠든 사진은 얼굴까지 모두 보인다는 점도 지적했다. 신분이 드러날 수 있는 사진인 만큼 여자친구가 동의했을 것으로 추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또한 A씨의 여자친구가 평소 촬영한 영상을 지우라고 수차례 요구한 것에 비추어 A씨 역시 여자친구가 사진 촬영에 반대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