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인천석유화학에 설치된 지능형 CCTV가 붉은색 경보 알람을 ‘불꽃’으로 인식하고 관제 모니터에 경고 팝업을 띄우고 있다. /인천=박효정기자
# SK인천석유화학 공장의 한 구역에서 붉은색 경보 알람이 울리기 시작한다. 폭우로 맨홀에 차오른 물을 일부러 빼지 않고 잠시 놓아두고 경보시스템을 시험한 것이다. 경보 알람이 3초간 계속되자 지능형 CCTV 관제 모니터에는 알람이 설치된 부분에 빨간 테두리를 치고 ‘불꽃’이라고 표시한 팝업이 뜬다. 특별한 후속 조치 없이 그대로 두니 3초마다 ‘불꽃’ 팝업이 떠올랐다.
9일 SK인천석유화학이 안전·보건·환경(SHE) 강화를 위해 도입한 지능형 CCTV 관제실을 기자가 방문했을 때 발생한 상황이다. 지능형 CCTV는 딥러닝 기반 영상분석기술을 적용해 공정설비 이상 또는 화재·누유·위험행동 등을 감지하는 시스템이다. 붉은색 경보 알람을 ‘불꽃’으로 인식하도록 설정하니 이상 상황을 빠르게 감지해 사고에 선제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23m 높이의 SK인천석유화학 원유탱크 위에 올라 바라본 공장 전경 /인천=박효정기자
SK인천석유화학이 지능형 CCTV를 설치한 중요 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원유탱크. 원유탱크에 누유가 생기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전체 공장가동에도 지장을 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동안 SK인천석유화학은 직원들이 직접 탱크에 올라가 육안으로 상황을 살펴봐야 했다. 기자가 직접 탱크를 체험해봤다. 23m 높이의 원유탱크에 직접 오르니 숨이 차기도 했지만 맨몸으로 바닥이 훤히 보이는 계단을 오르는 공포가 더 컸다. 내려올 때는 사람이 가장 큰 공포를 느낀다는 10m 지점에서 아찔함을 느끼기도 했다. 원유탱크 담당자에게 지능형 CCTV가 설치된 소감을 묻자 1초도 망설이지 않고 “탱크에 오르지 않아도 돼 좋다”고 답한 이유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SK인천석유화학 직원들이 공장에 설치된 지능형 CCTV로 촬영된 화면을 분석하고 있다. /인천=박효정기자
SK인천석유화학은 현재 지능형 CCTV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인재 SK인천석유화학 PL은 “지능형 CCTV가 공장에서 통상 발생하는 수증기와 화재사고로 인한 연기를 구별하지 못하고 계속 경고를 띄우면 사람들은 그 경고에 무뎌지게 될 것”이라며 “설치를 무작정 확대하기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최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SK인천석유화학은 이를 위해 지능형 CCTV가 위험 상황으로 인식하는 연기의 방향을 설정했다. 지능형 CCTV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야간에도 지속 감지가 가능하도록 했다.
SK인천석유화학 직원들이 9일 작업 현장에서 모바일 기반 전자 작업허가 시스템(e퍼밋)을 활용하고 있다. /사진제공=SK인천석유화학
SK인천석유화학이 상용화를 시작한 모바일 기반 전자 작업허가 시스템(e퍼밋) 또한 공장 내 안전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공장 구성원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공정 내 모든 작업 관련 점검사항을 공동으로 작성하고 승인하는 시스템이다. 안전장비 등이 누락됐거나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을 때 결재가 아예 되지 않도록 해 실수에 의한 안전사고를 원천 차단했다. 예를 들어 질식 위험이 있는 작업을 진행할 경우 자동으로 안전보호구를 매칭해 통기식 마스크를 구비하도록 한다. 데이터가 시스템으로 축적되니 특정 작업에 초임자나 고령자가 몰리지 않도록 작업자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도 있다. 정상협 SK인천석유화학 주임은 “초기에는 현장에서 거부감도 있었지만 이제는 먼저 아이디어를 내기도 한다”고 전했다. /인천=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