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량 뻥튀기 논란을 불러일으킨 ‘공공재건축’뿐만 아니라 ‘공공재개발’ 역시 허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처음부터 새롭게 정비구역으로 지정받아야 하지만 주민 동의율은 물론 건물 평균 노후도 등 서울시의 까다로운 정비구역 지정 기준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제 이후 신축 건물이 많이 들어섰다면 이를 맞추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현재까지 15곳 이상이 관심을 갖고 참여 의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설명회를 개최해 올해 안에 후보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뉴타운 해제지역이나 정비구역 일몰 구역 등이 공공재개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정비구역으로 지정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문제는 서울시가 지난 2015년 ‘주거정비지수제’를 도입하면서 정비구역 지정 문턱을 높였다는 점이다. 특히 노후도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기존에는 없었던 신축 건축물 비율이 추가됐고 노후 건물 수와 연면적을 모두 평가하도록 했다. 도시정비법 시행령에 따른 노후도 최소 기준은 건물의 3분의2 이상, 연면적의 60% 이상이 노후 건물이어야 한다. 100점 만점에 노후도가 차지하는 점수는 주민 동의 비율(40점) 다음으로 높은 30점이다.
뉴타운 해제지역이 처음으로 나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12년.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뉴타운 해제지역에서는 재개발을 포기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신축 빌라나 주택의 난립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이번에 공공재개발 방안이 발표된 후 뉴타운 해제지역이 들썩였지만 이러한 신축 건물이 많은 지역은 사실상 정책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서울 주택공급 부족의 원인으로 꼽혀온 뉴타운 해제가 공공재개발의 발목까지 잡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의회의 ‘서울시 정비사업 출구전략의 한계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정비구역 해제로 사라진 새 아파트 물량은 총 24만8,893가구에 이른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역시 해제지역보다는 신규 정비예정구역의 사업 가능성을 더 크게 보고 있다. 실제로 이번 정책 발표에서 공개된 공공재개발 공급 물량 2만가구는 서울 시내 정비예정구역 22곳을 시뮬레이션해 나온 수치로 확인됐다. 서울 주요 정비예정구역은 4대문 내 한양도성 도심부를 비롯해 △영등포시장역 인근 △삼각지역 인근 △청량리역과 제기동역 인근 등이 있다. 이외에도 구로 디지털단지역 일대와 신촌·충정로 일대, 은평구 연신내, 관악구 봉천동 일대가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공공재개발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재개발 사업에 참여해 도심 내 주택공급을 촉진하는 사업이다. 용도지역 및 용적률 상향 등을 해주고 분양가상한제에서도 제외되는 혜택이 있는 대신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제공해야 한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