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녀 비극 다시 없게'...부양의무자 기준 2022년 전면 폐지

의료급여 19.9만 명 신규 지원
심장·근골격계 MRI 등
비급여 검사 항목 단계적 급여화
주거급여 수급 가구 내 미혼 청년, 주거급여 분리 지급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0일 오후 세종특별자치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61차 중앙생활 보장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 이후 20년간 유지돼온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이 오는 2022년 전면 폐지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수급권자 본인의 소득과 재산만 기준을 충족하면 부양의무자 유무와 상관없이 생계급여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의료급여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대신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해 2023년까지 총 19만9,000명을 추가로 의료급여 수급권자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이날 보건복지부·국토교통부·교육부 등 관계 부처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 계획을 확정했다. 이번 2차 계획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 또는 완화해 각종 급여 대상자 수를 확대하고 중위소득 산정 방식 개편 등을 통해 대상자와 보장 수준을 대폭 확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65세 이상 1~2인 가구 빈곤층 증가세가 가파르고 이들에 대한 지원액이 생활 실태 대비 낮은 수준이라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2021년 노인·한부모 가구 대상으로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2022년에는 그 외 가구까지 대상을 넓혀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약 18만가구가 신규 지원을 받게 되고 부양의무자 기준에 따라 부과되던 부양비도 폐지되면서 기존 수급자 약 4만8,000가구 (6만7,000명)에 대한 급여 수준도 올라 13만2,000원 정도 추가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지난 2014년 송파구 세 모녀 자살 사건을 계기로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 세 모녀는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부양의무자 조건으로 인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자동차 재산 기준도 일부 완화된다. 정부는 과거와 달리 자동차가 ‘재산’보다는 ‘생활을 위한 수단’이 된 상황 등을 고려해 가구 특성, 자동차 활용도 등 여러 요소를 반영해 자동차 재산 기준을 일부 완화하고 급여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의료급여에서는 부양 의무자 기준 폐지 대신 개선 방안이 추진된다. 우선 정부는 2022년 1월부터 기초연금을 수급하는 노인이 포함된 부양의무자 가구는 기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차원에서 심장·근골격계 MRI와 초음파 등 의료비 부담이 높은 비급여 검사 항목과 의약품을 단계적으로 급여화하는 데 3년간 1조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주거급여의 경우 2020년 기준 최저 주거 수준 시장 임차료 대비 약 90% 수준인 기준 임대료를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현실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교육급여의 경우 기존에는 항목 중심으로 지원했으나 개별적으로 필요한 교육활동을 위해 자율적으로 지출할 수 있도록 ‘교육활동지원비’로 통합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청년층을 위한 지원 대책도 담겼다. 대표적으로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을 고려해 주거급여 수급 가구 내 미혼 청년 (만 19~30세 미만)에 대해 주거급여를 분리 지급한다. 취학·구직 등의 사유로 부모와 떨어져 거주하는 청년의 자립 지원을 위해 2021년부터 분리 지급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분리 지급 대상은 부모와 청년의 주민 등록지가 시군을 달리하는 경우로 하되 보장 기관이 인정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재산 기준 개편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구체적으로 현재 재산 기준은 수급 후 2년간 재산을 처분한다는 전제로 환산율을 산정하고 있으나 자립을 위해 주거와 같은 기초적인 재산 보유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 이를 고려한 개편안을 고안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주거급여 선정 기준을 상대적 빈곤선 이하 가구까지 상향하는 방안, 재난적 의료비 지원 기준 금액을 낮추고 지원 계층별 실질적 처분 가능 소득에 따라 보장 비율을 차등화하는 방안 등을 본격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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