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장마와 태풍까지 겹치면서 전국이 침수피해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배수 펌프 업체들도 몰려드는 주문 탓에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배수펌프 재고분이 바닥난 데다 신규 주문물량을 맞추기도 어려워 공급 차질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펌프 회사 윌로펌프 부산 공장에는 밀려드는 배수 펌프 주문에 생산 설비를 ‘풀가동’ 하고 있다. 관측 사상 최장의 장마가 이어지면서 전국이 침수피해를 입자 윌로펌프는 잔업이나 특근을 해도 주문량을 겨우 맞추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윌로펌프는 지난 주부터 하루 1시간씩 연장근무에 나섰다. 대체휴일로 지정된 오는 17일에도 특근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윌로펌프 관계자는 “물 펌프 수요가 이렇게 밀려드는 것은 최근 수년간 처음있는 일”이라며 “주문이 많아 다른 펌프 생산라인을 활용해 주문제품 생산량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요물량을 최대한 맞춰 전국적인 침수 피해를 극복하는 데 보탬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독일계 회사인 윌로펌프는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로 부산 공장에서 생산을 도맡아 하고 있다.
윌로펌프에 따르면 지난 5월 9,530대를 팔았던 배수펌프는 6월 1만1,955대가 팔렸다. 7월에는 전월보다 151% 늘어난 1만4,353대가 판매됐다. 윌로펌프 관계자는 “이달(8월)에는 아직 집계가 되지 않았지만 전월보다 200% 증가한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록적인 장마로 침수피해가 늘면서 배수 펌프 판매량도 역대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윌로펌프는 6월~8월 석 달간 배수펌프 매출액만 15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펌프 업계 관계자는 “배수펌프 수요가 급증한 것은 그만큼 홍수에 따른 침수피해가 막대하다는 방증”이라며 “업체들 마다 잔업, 특근 등을 통해 주문을 맞추느라 눈코 뜰새 없는 비상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8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 주택가가 폭우로 침수돼 있다. /연합뉴스
업계 2위 한일전기 역시 주문량이 20% 이상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배수용 펌프 시장은 5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윌로펌프나 한일전기 등이 배수펌프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배수용 펌프의 경우 연 매출 가운데 30%가 여름 장마철에 발생한다”며 “긴 장마로 피해를 입은 데다 태풍까지 겹치면 침수피해가 더 커질 수 있어 배수펌프 수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공업용 배수펌프 업체의 경우 각종 센서와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스마트 펌프 등을 개발해 틈새시장을 노리는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펌프 전문기업 그린텍은 지난 해 부터 펌프에 각종 센서와 카메라를 내장해 국내외 시장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카메라와 각종 센서를 펌프 내부에 장착해 펌프 작동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이상이 생기면 자동으로 탐지해 펌프운용자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한편 이번 장마로 전라남도 등의 농촌 지역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 지역의 농경지 침수 면적은 6,823㏊로 추산된다. 벼 등의 농작물은 물에 오래 잠겨 있을 경우 수확에 문제가 발생해 피해 최소화를 위해 곧바로 배수 펌프를 투입해 물을 빼내야 하지만 계속되는 장맛비로 역부족인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