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내년까지 회계기준 안따르면 상장 폐지" 사실상 中 겨냥

스티브 므누신 美 재무 '증시 퇴출' 경고
유연한 회계 기준 적용받는 中 기업 겨냥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내년 말까지 회계 기준을 따르지 않는 외국 기업을 미국 증시에서 퇴출하겠다고 경고했다. 사실상 미국에서 회계 부정 논란이 잇따르고 있는 중국 기업을 겨냥한 발언이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외국 기업은 내년 말까지 (미국 기업과) 똑같은 방식으로 회계처리를 해야 한다. 따르지 않는다면 거래소 상장이 취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런 권고 사항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난 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재무부 관리들은 미국 증시에서 주식을 거래하면서 회계감사 자료를 미국 규제 당국에 공개하지 않는 중국 기업들의 상장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회계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은 중국 기업으로부터 미국 투자자를 보호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것에 따른 조치였다.


므누신 장관의 이번 발언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회계감사와 관련해 2013년 중국과 체결한 양해각서를 토대로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중국 기업들에 회계를 더 유연하게 운용할 여지를 줬다. 미국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가 조사에 필요한 중국 기업의 회계감사 자료가 있으면 중국의 규제기관인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로부터 그 자료를 건네받도록 한 게 그 합의의 골자다. 하지만 미국 규제 당국은 CSRC가 자료 제출을 석연찮은 이유로 꺼리는 때가 많아 중국 기업의 투명성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있었다고 지적해왔다.

통신은 므누신 장관의 발언이 “미중(美中) 간의 심각한 경제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미국 행정부의 시도 가운데 하나”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 1월 양국이 체결한 1단계 무역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무역합의에 적용되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중국 측의 구매 금액은 333억달러(약 39조5,100억원)로 목표치의 47%에 불과한 상태다.

재무부의 이번 방침은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수 십년 만의 최악 수준으로 경색되는 가운데 나온 추가 악재다. 작년까지 고율 관세를 치고받는 무역전쟁을 치른 양국은 올해 들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 홍콩 국가보안법, 대만의 국제적 위상,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중국 신장의 인권탄압 논란 등을 두고 전방위로 갈등을 빚고 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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