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CJ '비비고' 브랜드 교통정리…비비고 가치는 얼마?

CJ제일제당 비비고 단독 보유로
푸드빌 보유 지분 인수
CJ 가정간편식 간판 브랜드 확보 해외 확대
업계 "적자 지속 푸드빌 매각 사전 교통정리" 분석


CJ제일제당(097950)이 CJ푸드빌과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던 ‘비비고’ 브랜드를 단독 소유로 변경했다. 비비고는 한식 세계화를 목표로 만든 브랜드로 CJ제일제당의 가정 간편식을 대표한다. CJ제일제당은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업계에서는 CJ푸드빌 매각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CJ제일제당은 10일 이사회를 열고 CJ푸드빌이 보유하고 있던 ‘비비고’ 브랜드 상표권 지분 일부를 169억1,500만원에 사왔다고 11일 밝혔다. 비비고는 CJ제일제당과 CJ푸드빌이 그동안 공동으로 소유했는데 이번에 지분을 사오면서 CJ제일제당 단독 소유로 변경된다. 상표권 지분 거래일은 이달 31일이다. CJ제일제당은 “이번 결정으로 비비고와 관련된 국내외 상표권에 대한 권리를 갖게 된다”며 “미국과 중국 등 해외에서 비비고 브랜드 및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과 해외 마케팅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CJ푸드빌이 비비고 브랜드 지분을 얼마나 보유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만약 50대 50으로 보유했다면 이번 거래를 통해 비비고의 브랜드 가치는 340억원 정도로 평가된 셈이다.

CJ제일제당은 건강(식품), 즐거움(엔터), 편리(쇼핑 유통) 등 3개 부문에서 총 37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비비고는 건강 부문에서도 가정간편식을 대표한다. 홈페이지에서도 전체 브랜드 중 가장 먼저 소개하고 있다. CJ제일제당에서 가장 힘을 주는 부문이라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에 대해 한식의 건강함과 문화를 담고 좋은 것은 나누고 부족한 것은 채워 하나로 어우러지는 ‘비빔 철학’을 계승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만두, 김치, 간편 국물요리, 한식반찬, 장, 밥, 김, 죽, 면요리 등의 제품으로 구성된다. 미국과 멕시코, 브라질, 일본, 베트남, 말레이시아, 터키, 독일, 영국,러시아 등 56개국가 100여개 제품이 시판 중이다.

실적도 괜찮다. CJ 비비고 만두는 국내 시장 점유율 46.3%로 2위 풀무원(15%)을 압도하고 있다. 올 상반기 만두 매출만 1,264억원으로 전년대비 12% 성장했는데 냉동만두 시장 성장률(10%)을 뛰어넘는다. 특히 비비고는 점점 커지는 가정 간편식(HMR) 시장에서 CJ제일제당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이다.

CJ푸드빌은 외식사업과 프랜차이즈사업을 한다. 빵집인 뚜레쥬르, 스테이크하우스 빕스, 이탈리안 레스토랑 더플레이스, 제일제면소 및 계절밥상 등을 보유 중이다. 과거 비비고 브랜드를 활용한 비비고 레스토랑을 운영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CJ푸드빌 매각설이 계속해서 제기된 바 있다. 외식 문화가 바뀌면서 과거처럼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것이 근본적인 이유다. CJ푸드빌의 지난해 매출은 8,900억원으로 전년동기(1조544억원) 대비 15%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018년 450억원에서 2019년 39억원을 기록했다. 실제로 CJ푸드빌은 투썸플레이스를 홍콩계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하는 등 덩치 줄이기에 나선 바 있다. 미국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탈은 CJ푸드빌과 아웃백을 함께 인수하기 위해 접촉한 것으로도 알려진 바 있다. CJ그룹 자체의 핵심 브랜드를 CJ제일제당은 가져오고 대신 CJ푸드빌은 현금 자산을 확보한 셈이다.

한 PEF 관계자는 “비비고 지분을 가진 상태라면 푸드빌을 매각한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골치가 아파지기 때문에 미리 교통정리를 한 것일 수도 있다”며 “CJ푸드빌을 통째로 정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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