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자연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는 영국 시인 윌리엄 쿠퍼의 말처럼 도시는 인간의 창조물이자 현 인류의 주된 정주 여건이다. 과거 수메르 문명의 중심지 우르(Ur)에서 시작된 도시(都市)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영향력을 점차 증대시켜왔다. 도시가 갖고 있는 일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 세계 인구의 60%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지난 60여년간 우리나라 국토 공간 전반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도시화의 진전이다. 도시화 지표로 대표적인 것은 전체 인구 중 도시 지역 거주 인구의 비중을 백분율로 나타낸 도시화율이다. 지금 행정구역상 동과 읍에서 거주하는 인구는 90% 이상이다.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1980년대까지 급증세를 보이다가 이후 증가세가 완만해졌다. 도시화가 종착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도시화는 도시 인구의 증가로 인한 도시 규모 성장과 함께 도시의 수적 증가를 가져왔다. 이와 더불어 도시 인구가 교외로 이동하면서 도시가 주변으로 광역화되고 대도시권이 형성되는 면적 성장도 나타났다. 교통의 발달과 거주의 교외화가 진전되며 도시 외부에서 통근·통학하는 인구가 증가했고 생활 공간이 확대됐다.
역사를 배경으로 한 경제적 관점에서 세계 도시의 흥망성쇠를 생각해본다. 왜 도시를 역사적 배경으로 바라봐야 할까. 도시는 유기체적 성격을 갖고 있어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다이내믹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천년 전 최대 도시는 동양에서는 시안이었고 서양에서는 콘스탄티노플, 지금의 이스탄불이었다. 당시 유럽에서 인구 10만명 이상 되는 도시는 콘스탄티노플을 제외하고는 한 군데도 없었다. 불과 400년 전만 하더라도 뉴욕 같은 도시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도시는 정치·문화예술 등 다양한 측면을 갖고 있으나 경제적 측면에 비교적 객관적인 지표가 있어 이를 활용하면 좀 더 정확하게 도시의 흥망성쇠를 볼 수 있다. 경제적 흥망성쇠 요인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눠 살펴보면 물리적 파워, 교역, 경제와 산업 그리고 지도자와 시민의 혁신 의지가 결합된 창조적 아이디어 등이다.
도시는 불가피하게 국가와 중앙정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도시의 발전과 쇠퇴 요인이 도시 자체에 있는지 아니면 국가 또는 정부에 있는지를 명확히 봐야 한다. 도시의 발전과 쇠퇴는 또 도시민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좌지우지(左之右之)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뜬금없이 ‘수도 이전’이라는 카드를 다시 꺼내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국론을 분열시키려 하고 있다. 2004년 헌법재판소는 ‘행정수도이전특별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는데 민주당은 그것을 무시하고 관련 사항을 재추진하려고 한다. 대한민국의 수도가 지속적으로 발전·보존되기 위해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