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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쇼핑 코스로 알려진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외국인 고객 비중이 42%에 달하는 특수상권 매장으로 평일과 주말의 매출 차이가 거의 없던 효자 점포였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하루 1,300명 이상 방문하던 외국인 관광객이 사라지자 매출이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하염없이 외국인을 기다릴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서울역점은 내국인 중심으로의 변신을 시작했다. 외국인 수요로 하루 1억원씩 팔리던 감말랭이를 냉장고 한켠으로 밀어내고, 대신 제철 과일인 복숭아를 전면에 내세웠다. 1층 매장 한가운데를 차지했던 한옥마을 콘셉트의 행사 매대와 청사초롱도 치우고, 홈캉스족을 노린 와인과 맥주로 공간을 채웠다. 박창열 롯데마트 서울역점장은 “신선식품을 강화하는 등 내국인 중심 매장으로 전환하자 반 토막 났던 매출도 회복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호텔과 면세점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편의점,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등 외국인 관광객 중심의 특수상권에 있는 유통업체들이 ‘포스트 코로나’ 체제로의 변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명동, 이태원, 동대문 상권은 과거 외국인을 타깃으로 운영해왔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상품 구색부터 진열까지 내국인 중심으로 재배치하며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과일 매대 늘리고 국탕찌개 확대=롯데마트 서울역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김, 아몬드, 과자 등 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찾던 상품들의 매출이 80% 이상 급감하자 지난 3월부터 매장을 내국인 중심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신선식품 매장 강화다. 국산 시즌과일 진열대 길이를 3m가량 확대하고, 과일 매장 높이를 낮춰 시야를 넓혔다. 박 점장은 “기존에는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상품을 보여주기 위해 구색 위주로 진열했다면 이번에는 내국인들이 선호하는 시즌 상품을 돋보이게 진열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서울역점 과일 매출은 지난 3월을 기점으로 매달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즉석조리식품도 내국인 중심의 메뉴로 리뉴얼했다. 외국인이 선호하는 치킨과 간식류를 기존 40%에서 20%로 줄이고, 내국인이 즐겨 찾는 국탕찌개 중심의 메뉴를 20% 이상으로 확대했다.
◇편의점은 출퇴근 직장인 공략=주요 외국인 관광 상권에 있던 편의점들도 알리페이 이용건수가 절반으로 떨어지는 등 타격이 커지자 타깃을 바꿔 매출 회복에 나서고 있다. 편의점 GS25는 최근 주요 관광 상권에 위치한 점포의 타깃이 외국인에서 출퇴근 직장인, 올빼미족 등으로 변화하자 이에 맞춰 매장을 재구성하고 있다. 기존에 외국인 관광객이 자주 찾던 국산맥주 및 전통주를 축소하고 퇴근길 직장인이 선호하는 수입맥주 구색을 확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허니버터칩과 기프트 월드 등 외국인 전용 상품 역시 축소하고 대체 상품으로 내국인 대상 캐릭터 상품 위주로 진열을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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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한 관계자는 “호텔과 면세점뿐만 아니라 주요 관광 상권에 있는 유통채널들도 외국인 관광객 감소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 포스트 코로나 전략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