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넉달 뛸 선수에 1년치 연봉을?…'최숙현 폭행' 김규봉 감독, 이중계약 논란

軍 복무 중인 해경 소속 선수와 입단계약
10월 전국체전 위해 무리수 의혹



고(故) 최숙현 선수를 포함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선수들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구속된 김규봉 전 감독이 올 1월 군 복무 중인 선수와 입단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다음 달에 전역하면 4개월밖에 뛸 수 없는데도 1년 치 연봉을 주고 계약을 체결한 것을 두고 오는 10월 개최 예정이었던 전국체전에서의 수상 실적을 올리기 위해 이중계약 논란을 무릅쓰고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체육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1월부터 해양경찰체육단 트라이애슬론팀에서 선수로 생활하며 군 복무를 병행하고 있는 A선수는 올 1월 5,000여만원 규모의 연봉계약을 경주시청팀과 맺었다. 당시 경주시청팀은 김 전 감독이 이끌고 있었다. 해경체육단은 운동선수들이 대체복무를 위해 몸담는 국군 상무부대와 유사하다.

하지만 A선수의 현 소속팀인 해경체육단과 선수등록에 관여하는 철인3종협회는 정작 해당 선수의 이중계약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해경체육단 관계자는 “뒤늦게 계약 사실을 인지한 것은 맞지만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철인3종협회 규정상 이중계약은 금지돼 있다. A선수 측은 이를 의식해 경주시청과의 계약 사실을 해경체육단과 철인3종협회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협회 관계자는 “이런 식의 계약을 본 적이 없어 난감하다”며 “계약 기간이 중복돼 이중계약이기는 하지만 정식 선수등록은 해경체육단으로만 돼 있는데다 협회에 따로 계약 사실을 알리지 않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협회 측은 이중계약 금지규정이 있지만 사후 처벌조항이 없어 해당 선수에 대한 제재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A선수에게 1,000여만원의 선수영입지원금을 지급한 경북체육회 역시 이중계약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A선수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이 체결한 입단계약서. /독자 제공

경주시청팀이 군 복무 중인 A선수와 무리하게 이중계약을 체결한 것은 10월로 예정됐던 전국체전의 수상 실적을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소속팀 선수들의 대회 입상 성적에 따라 자신의 연봉과 계약 연장 여부가 결정되는 김 전 감독 입장에서는 A선수의 전국체전 출전을 위해 무리수를 뒀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A선수는 전국체전 개막 한 달 전인 9월 초 전역할 예정이다.

실제 경주시체육회 내규에 따르면 지도자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소속 선수들의 입상 실적이다. 한 현직 트라이애슬론 지도자는 “군 복무 중인 체육단 소속 선수에게 미리 계약금을 주고 자기 팀 선수로 뛰게 한다는 건 들어본 적도 없는 편법”이라며 “선수들의 성적이 감독직 유지와 직결되다 보니 전국체전을 앞두고 무리한 계약을 체결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경북 구미에서 열릴 예정이던 올해 전국체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내년으로 연기됐다.

시 예산 낭비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경주시청은 A선수와 1년 계약을 맺고 수천만원의 연봉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군 복무기간을 고려하면 실제 활동기간은 4개월에 불과하다. A선수는 이미 1,000여만원의 계약금도 받은 상태다. 계약서에는 연봉을 월마다 나눠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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