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내각 총사퇴, 총리 “폭발참사는 고질적인 부패의 결과”

내각 총사퇴를 발표하는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 /EPA연합뉴스

레바논 내각이 수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대형 폭발참사에 책임을 지고 총사퇴를 발표했다. 하지만 성난 국민들의 시위는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10일(현지시간) 텔레비전으로 방송된 대국민연설에서 “베이루트 폭발은 고질적인 부패의 결과이며 내각이 국가를 구하려 했지만 부패 시스템이 국가보다 컸다”며 폭발참사에 책임을 지고 내각이 총사퇴하겠다고 말했다.


내각 출범 7개월 만이다. 디아브 총리가 이끄는 내각은 지난 1월 이슬람 시아파 정파 헤즈볼라의 지지를 얻어 출범했다. 그러나 정치개혁과 경제회복 등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폭발참사가 겹치면서 단명하게 됐다. 지중해 연안 국가인 레바논은 명목상 대통령제(임기 6년의 단임제)이지만 총리가 실권을 쥐는 내각제에 가깝다.

이에 따라 레바논의 정치혼란 상태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레바논은 현재 막대한 국가부채와 높은 실업률, 물가 상승, 레바논파운드화 가치 하락 등으로 경제위기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여기에 폭발참사 이후 베이루트 도심에서는 정권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8일에는 대규모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경찰 1명이 숨지고 시위 참가자와 경찰 230여명이 다쳤으며 9일에는 마날 압델 사마드 공보장관, 다미아노스 카타르 환경장관, 마리클라우드 나즘 법무장관, 가지 와즈니 재무장관 등이 잇달아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혼란스러운 상태다.

총리가 내각 총사퇴를 발표한 이날 역시 시위가 계속돼 경찰과 시위대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이에 앞서 4일 베이루트에서는 대형폭발이 일어나 160여명이 숨지고 6,000여명이 다쳤다. 레바논 정부는 이 사고가 베이루트항구 창고에 6년 전부터 보관돼온 인화성 물질인 질산암모늄 약 2,750톤이 폭발해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를 두고 레바논 내에서는 정부 관료들이 위험한 질산암모늄을 베이루트 도심과 가까운 곳에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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