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가 12일(현지시간) 보석으로 풀려난 뒤 차량에 탑승한 후 지지자들을 향해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홍콩 반중국 매체 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가 약 40여시간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11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라이는 보석금으로 총 50만 홍콩달러(약 7,600만원)를 납부하고 자정께 석방됐다. 그는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홍콩 경찰서 밖으로 걸어 나왔다. 경찰서 앞에 모인 지지자 수십명은 빈과일보 신문을 흔들며 “빈과일보를 끝까지 지지하겠다”는 구호를 외쳤다. 그들이 손에 쥔 빈과일보 1면에는 “빈과일보는 계속 싸우겠다”는 헤드라인이 선명하게 적혀있었다.
라이는 미중갈등의 중심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이번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한 듯 지지자들을 향해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았다. 다만 검은 벤츠 승용차를 타고 경찰서를 떠나면서 지지자들을 향해 두 엄지를 치켜세웠다.
앞서 홍콩 경찰의 홍콩보안법 전담 조직인 ‘국가안보처’는 10일 오전 홍콩 호만틴 지역에 있는 라이의 자택에서 그를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200명이 넘는 홍콩 경찰이 오전에 정관오 지역에 있는 빈과일보 사옥을 급습해 압수수색을 벌였으며, 최고경영자(CEO) 청킴훙, 최고재무책임자(CFO) 차우탓쿤 등을 체포했다.
홍콩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가 체포되자 시민들이 11일(현지시간) 그에 대한 지지를 보이는 뜻에서 신문을 사기 위해 시내 중심가 가판대 앞에 줄지어 서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6월 말 통과된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하거나 국가전복, 국가분열을 주도한 사람에게 최고 종신형을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라이는 이중 외국 세력과 결탁한 혐의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의 두 아들도 함께 체포됐다. 큰아들은 빈과일보 모회사인 넥스트디지털의 사무실을 비서대행 서비스 용도로 사용해 토지 임대차 계약 등을 위반했을 수 있다는 친중 진영의 고소에 따라 체포됐다. 다만 라이의 석방과 함께 이들도 역시 순차적으로 석방됐다고 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라이의 체포와 관련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라이를 ‘애국자’라고 칭하며 “나는 홍콩의 가혹한 국가보안법에 따라 지미 라이가 체포됐다는 보도에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공산당이 홍콩의 자유를 박탈하고 시민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추가 증거”라며 라이의 체포를 강하게 비판했다.
라이는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의 창업주이기도 하다. 1994년 톈안먼 시위 강경 진압의 주역인 리펑 총리를 비판한 바 있으며 2014년에는 ‘우산 혁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