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나 페이스북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나를 잘 알까.” 서비스를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떠올릴 법한 의문이다. 이용자가 어디에 있는지 단번에 알아내 주변에서 판매되는 상품을 추천하고 무엇에 관심 있는지 딱 알아 맞혀 관련 광고를 보여준다. 마치 이용자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듯한 이 영업 비밀은 바로 이용자조차도 동의한지 몰랐던 ‘데이터 수집’에 있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나 카카오(035720) 등 국내 사업자들이 회원 가입 시 필요한 개인정보들을 ‘필수동의’ 항목과 ‘선택동의’ 항목으로 나눠 수집하는 것과 달리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해외 사업자들은 한두 번의 클릭이면 충분한 ‘포괄적 동의’를 받고 있다. 위치정보나 얼굴인식 정보 같은 민감한 정보들도 ‘포괄적 동의’라는 명목하에 기본 수집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 ‘옵션 더보기’에 정보 수집 동의 기본 설정
심지어 구글은 이용약관 하단에 ‘옵션 더보기’라는 별도의 버튼을 만들고 구글에서 발생한 모든 활동 기록, 개인 맞춤형 광고 표시, 유튜브 시청기록 등에 대한 정보 수집 여부를 ‘동의’로 기본 설정해 숨겨뒀다. 이용자가 해당 버튼을 클릭해서 동의 여부를 하나하나 해지하지 않는 이상 모든 정보가 자동 수집되는 것이다.
구글 회원가입 시 나타나는 정보 수집 동의에 대한 이용화면. 이용자들은 왼쪽 이미지의 ‘옵션 더보기’ 버튼을 클릭해야만 오른쪽 이미지의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다. 옵션 더보기에는 구글 활동 내역, 광고 개인 최적화, 유튜브 기록 등에 대한 동의가 기본값으로 설정돼 있다./구글이용화면캡처
페이스북, 촬영 장소·얼굴인식 정보까지 수집
이 단 한 번의 동의로 페이스북은 이용자들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다. 여기에는 사진 촬영 장소나 날짜·연락처나 위치 관련 정보 등에 대한 정보들이 모두 포함된다. 심지어 ‘얼굴인식’과 관련된 데이터도 포괄적 동의하에 수집한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활용해 페이스북은 이용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이벤트, 게시글 등을 추천하고 관련 기술을 고도화한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회원 가입 시 ‘기본 동의’ 설정된 정보들에 대해 추후 별도의 ‘설정’을 통해 사용 환경을 맞춤 설정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는 이용자가 ‘수고스럽게’ 설정에 들어가 정보 수집 해지를 요청하지 않는 이상 이용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모든 정보가 수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네이버·카카오는 필수·선택 몇 번씩 클릭해야
‘포괄적 동의’를 받는 해외 사업자와 달리 국내 사업자는 필수 항목과 선택 항목을 구분해 동의받고 있다. 왼쪽은 네이버의 개인정보 수집 동의 화면, 오른쪽은 카카오의 개인정보 수집 동의 화면./회원가입화면캡처
그런데 한두 번의 클릭이면 충분한 해외 서비스와 달리 여러 번 동의 여부를 체크하다 보니 이용자 입장에서는 국내 사업자들이 더 많은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오해하기 십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상은 포괄적 동의를 받고 있는 해외 사업자들이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전했다.제재 실효성은 없고 데이터 격차는 심각
아울러 수집하는 데이터 분량의 차이에서 오는 서비스 경쟁력 격차도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데이터 기반의 서비스를 고도화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이 같은 역차별적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 등 혁신 서비스들이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해당 가이드라인 때문에 데이터 수집 및 활용에서 제한이 크다는 것이다.
국내 사업자들은 데이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간편 동의 및 사후 철회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데이터 수집에 대한 동의를 최대한 간편하게 받고 나중에 이용자들이 이를 철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 동의 제도 개선으로 데이터를 다양하게 확보해 분석할 수 있다면 아마존의 예측 배송 물류 시스템 같은 생활 밀접형 혁신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소한의 액션으로 이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도 현행 개인정보 동의 제도하에서는 수시로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혁신 서비스 출현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백주원기자 jwpai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