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北전단 살포 현장투어', 수해 속 해외여론전 논란

11일 외신기자 40여명 데리고 강화 석모도 방문
UN보고관 등 北인권 개선활동 위축 우려하자
수해 속에서도 탈북자 단체 제재 불가피성 설명
탈북·인권단체 사무검사 범위는 점점 확대 실시
민간단체 30여곳, 통일부에 반발해 대책위 구성
법원은 '집행정지' 신청 인용... 통일부에 제동

이인영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통일부가 지난 11일 외신기자 40여명을 데리고 탈북 단체들이 대북 전단과 쌀 페트병을 살포한 인천 강화 석모도 현장을 찾아 논란이 일고 있다. 통일부가 대북 전단 살포를 주도한 탈북자 단체들에 설립 취소 조치를 내린 데 대해 UN 등 국제사회가 우려를 내비치자 이번엔 세계 언론을 대상으로 ‘여론전’을 펼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전국이 수해를 입은 상황에서 국가기관이 이 같은 방문 행사를 강행한 것 자체가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12일 국회와 언론계에 따르면 통일부는 지난 11일 외신기자들을 대동해 접경지역 현장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통일부는 해외 언론에 대북전단 살포 제재의 불가피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 통일부의 대북전단 금지 및 북한 인권단체에 대한 사무검사에 항의하는 ‘정부의 북한인권·탈북민단체 탄압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결성된 바로 그 날이었다.

통일부가 외신 기자들만을 대상으로 투어를 진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통일부는 이에 대해 한 달여 전부터 기획된 행사를 진행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외신 기자단에는 지난달 30일 공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22일 경기 파주에서 탈북단체가 보낸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이 23일 강원 홍천군 인근 야산에 떨어져 경찰이 수거하고 있다. 발견된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은 2∼3m 크기로 김정은 일가의 사진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통일부는 앞서 지난달 17일 대북전단을 살포해 북한을 자극했다는 이유로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박상학 대표)’과 ‘큰샘(박정오 대표)’에 대한 설립 허가를 취소했다. 통일부는 이들 법인의 실제 사업이 설립목적 이외에 해당하며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안전의 위험을 초래하고 한반도에 긴장 상황을 조성하는 등 공익을 해친다고 봤다. 또 정부의 통일정책이나 통일추진 노력을 심대하게 저해했다는 점도 취소 사유로 꼽았다.


이 두 단체는 같은 달 27일 통일부의 이 같은 조치에 불복해 법원에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성용 부장판사)는 이날 탈북민단체 ‘큰샘’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해 통일부 조치에 일단 제동을 걸었다.

토마스 킨타나 UN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7월21일 대한민국 정부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조치 경위를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지난달 30일 이종주 통일부 인도협력국장이 킨타나 보고관과 2시간가량 화상면담을 진행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당시 “통일부의 조치가 민간단체들의 북한 인권 개선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고 민간단체들의 의견 표명, 이의 제기, 사법구제 등의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또 “한국 정부는 북한 인권과 탈북민 단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 단체들과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이 국장은 “두 단체의 대북 전단·물품 등 살포 활동이 ‘민법’이 정한 취소 사유에 해당함에 따라 취해진 법 집행 조치”라고 해명했다. 통일부는 바로 이날 외신 기자들에게 현장 투어 일정을 공지했다.

김여정. /연합뉴스

통일부는 나아가 소관 등록법인에 대한 사무검사도 확대하기로 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가 1차로 등록법인 25곳에 대해 실시 중인 사무검사 진행 상황을 묻자 “(25곳에 대한) 사무검사는 이번 주에 착수했고 점차 사무검사 범위를 넓혀갈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음 주에는 사회·문화 분야로 (범위가) 확대된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다음 주 사회·문화분야 교류협력 단체를 대상으로 향후 점검 일정 등에 대한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다. 현재 통일부 소관 등록법인은 433곳이다. 점검 항목에 회계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여 대변인은 “비리 여부가 있다면 당연히 포함될 것”이라며 “발견된 비리에 대해서는 응당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가 국내외 비판에도 사무검사 강행 의지를 밝히면서 관련 민간단체들의 반발도 강해질 전망이다. 북한인권 및 탈북민단체 30여곳의 대표들은 전날 통일부의 사무검사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박선영 사단법인 물망초 이사장과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가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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