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가말레야 국립전염병·미생물학센터에서 한 연구자가 백신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공식 등록했지만 3차 임상시험도 거치지 않아 전 세계 의료전문가들의 우려가 크다고 11일(현지시간)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안전성을 위해 백신 개발에서 3차 임상시험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백신 같은 의약품은 판매 전 대체로 전임상시험과 1~3차 임상시험을 거친다. 전임상시험은 쥐 같은 동물을 대상으로 부작용이나 약효 등을 확인하며 1상은 수십명, 2상은 100여명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한다. 3상의 경우 이전보다 더 많은 수백~수천명에게 투여하는데 러시아 백신은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전성과 효과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보통 의약품과 달리 백신 접종 대상은 건강한 다수다. 이 때문에 다른 약보다도 안전기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 수억명이 백신을 맞는다고 가정할 경우 부작용이 아주 드물게 나타나더라도 이를 겪는 인원은 수천명에 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NYT는 백신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의료품으로 분류되는 것은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을 검사하기 위한 엄격한 임상시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산제이 굽타 CNN방송 의학담당 기자는 “당연히 나는 (러시아 백신을) 맞지 않을 것”이라며 “(확보된) 데이터가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러시아가 과거 에볼라 백신을 개발했을 때도 3상 결과를 보지 못했다며 지금 상황이 과거와 비슷하게 보인다고 덧붙였다.
백신의 효능도 의문이다. 플로리다대의 생물학·전염병 전문가인 내털리 딘 박사는 “러시아의 발표 시기로 봐서 백신의 효능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낮다”며 “인간을 대상으로 한 초기 임상시험에서 가능성을 보인 백신조차 마지막 임상시험에서 실패해왔다”고 우려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