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없이 자녀교육 가능할까" ...'징계권' 삭제 앞둔 부모들 혼란

62년만에 '조항 삭제' 입법예고
"부모들에 훈육법 교육해야" 지적

/이미지투데이

법무부가 부모의 ‘징계권’ 조항을 62년 만에 삭제하겠다고 밝히면서 교육방법을 고심하는 목소리가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의사소통이 서툰 아동에게 최후수단으로서 체벌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아직 우리 사회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징계권 삭제로 인한 혼란을 줄이려면 부모를 대상으로 훈육법을 교육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12일 주요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 내에서는 ‘체벌 없는 자녀교육’을 놓고 부모들 사이에서 논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일 법무부가 민법 제915조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겠다고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자녀를 체벌할 경우 부모가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서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체벌하고 싶은 부모는 없겠지만 체벌을 안 하면 아이의 위험한 행동이 제지되지 않고 말도 안 듣는다” “남편은 적당한 체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저는 말로 육아를 하자는 입장이어서 요즘 부쩍 남편과 다투게 된다” 등의 게시글을 주고받고 있다.


민법 915조가 삭제되지 않더라도 현행법은 자녀에 대한 체벌을 제한하고 있다. 아동복지법 제5조 2항 ‘아동의 보호자는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 고통을 가하여서는 아니 된다’가 대표적인 조항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아동실태조사’에서는 체벌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부모가 39.3%를 차지했다.

부모들의 고민은 체벌을 대체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수원에서 8세 남아를 양육하고 있는 A(33)씨는 “체벌을 하지 않기 위해 아이에게 반성문을 쓰게도 해봤지만 잘 안됐다”며 “결국 다시 회초리를 들었는데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푸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모들이 자녀 발달단계에 따른 적절한 훈육을 알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조언한다.

정선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는 “어른의 눈높이에서 교육하려다 보면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교육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체벌은 그 순간에만 아동의 행동을 멈출 뿐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체벌이 반복되면 아이는 누군가 통제나 외부의 자극이 없으면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는 성인으로 자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징계권 삭제로 인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정부 차원의 노력도 강조했다. 정 교수는 “체벌 금지가 부모의 권위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시키고 적절한 훈육 방법을 알릴 필요가 있다”며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이 올바른 훈육법을 부모에게 가르쳐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상민 세이브더칠드런 매니저도 “발달단계에 따라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교육하는 프로그램은 이미 존재한다”며 “다만 일반 학부모들의 접근성이 떨어져 이를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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