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소 양쪽 엉덩이에 눈을 그려 넣었더니 사자 등 맹수의 공격을 피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아프리카에서 소 엉덩이에 눈을 그려 넣었더니 사자·표범 등 고양이과 맹수의 공격이 급감했다. 가축이 맹수들의 먹잇감이 돼 한숨을 쉬는 아프리카 주민들에게는 희소식이다.
트레이시 로저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UNSW) 진화·생태학 교수 등 연구팀은 아프리카 보츠와나 북서부 오카방고 삼각주 지역에서 4년여에 걸친 연구 끝에 이 같은 결과를 냈다. 이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돼 야생동물이 보호를 받아 사자와 표범 등이 가축을 공격하는 일이 잦다.
연구팀은 기습적으로 사냥을 하는 사자나 표범 등이 소 등 사냥감과 눈을 마주치면 사냥을 포기하는 사례가 있는 점에 착안했다. 이에 따라 소 14개무리(2,061마리)를 세 부류로 나눠 방목하기 전 두 부류에는 양쪽 엉덩이에 각각 눈 그림과 십자 표시를 그려넣고 나머지 한 부류는 아무런 표시도 하지 않았다. 이들은 거의 비슷한 지역에서 방목돼 사실상 같은 위험에 노출됐다.
그 결과 눈 그림을 가진 소 683마리는 사자 공격으로 죽은 개체가 없었다. 반면 아무 그림도 없는 소는 835마리 중 15마리가 희생됐고 십자 표시를 한 소는 543마리 중 4마리가 죽었다. 눈이 아닌 십자 그림만 가진 소도 아무 그림도 없는 소보다 공격을 덜 받았다는 게 이채롭다.
연구팀은 다만 모든 소에 눈 그림을 그려 넣었을 경우에도 눈 그림이 효과가 있을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 사자가 소 엉덩이에 그려진 가짜 눈에 익숙해졌을 때도 예방 효과가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했다. 연구팀은 “나비와 어류·양서류·조류 등 많은 동물 그룹에서 눈 모양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포유류에서 눈 모양으로 포식자를 피하는 사례는 이번에 처음 나왔다”고 설명했다. 연구 성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 최신호에 실렸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