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기술전쟁에 줄세우기...韓 '샌드위치' 되나

생태계·시장 양 진영으로 쪼개져
韓기업, 중복투자 강요당할 위기
해외시장 일부 잃는 상황 올수도


미국과 중국 간 ‘기술냉전’ 격화로 전자 및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국제분업체계(글로벌밸류체인)의 분열이 현실화하고 있다. 양국이 포기할 수 없는 승부를 벌이며 천문학적 투자로 ‘기술 만리장성’을 쌓는 사이 우리 기업들은 둘로 쪼개진 블록을 각각 상대하기 위해 중복투자를 강요당하거나 해외 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고도의 외교력과 전략 없이는 ICT 분야에서도 ‘샌드위치’ 신세를 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밸류체인 분열은 반도체 및 5세대(5G) 이동통신 분야에서 현재진행형이다. 반도체 기업 퀄컴은 미국 상무부의 화웨이 제재 조치로 5G 스마트폰에 장착할 반도체를 공급하는 데 차질을 빚고 있다. 대만 파운드리 기업 TSMC도 화웨이의 주문을 받지 않기로 하면서 화웨이는 독자 개발해온 5G스마트폰용 반도체칩(기린890)의 연내생산마저 포기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미중 간 충돌은 반도체와 5G 장비를 넘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페이스북, 위챗, 틱톡 같은 소프트웨어 및 온라인플랫폼 서비스 분야에서도 격화되고 있다.


송영관 한국개발원(KDI) 연구위원은 “5G·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제재가 강해질수록 중국은 독자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려 자국 중심의 기술표준으로 경제블록을 구축하고 세계 시장을 중국 진영과 비(非)중국 진영으로 나누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우리 기업들은 중국에 대한 기술우위를 잃게 되고 미국과 중국의 기술표준에 각각 맞춰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 이중·중복투자의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있다고 송 연구위원은 내다봤다.

특히 중국은 향후 5년 내 제조업 강대국 대열에 진입한 후 오는 2036년부터 세계적 선도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중국제조 2025’ 계획을 실행 중이고 미국은 이를 적극 견제하고 있어 양국 간 기술냉전이 수년 내 종식될 가능성은 전무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맞서 중국도 보호무역주의 경향을 강화하면 중간에 끼인 한국은 대중수출과 지식재산권(IP) 활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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