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전통시장을 물류센터로…진화하는 OTD의 새벽배송

대규모 물류 센터·직접 배송 대신
소비자 주변 전통시장에서 제품 조달
배달대행 부릉 통해 제품 공급
신사업 모델 관련 업계 변화줄지 주목


공간 기획·개발 플랫폼인 OTD코퍼레이션이 새로운 방식의 새벽 배송을 시작한다. 대규모 물류센터 투자 대신 소비자 주변 전통시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양질의 상품을 보다 신선하게 공급한다. 새벽 배송과 전통시장의 장점을 결합하고 소상공인 살리기에 나선 OTD의 이번 시도가 관련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OTD의 자회사인 ㈜띵굴은 전통시장과 협업하는 새벽 배송 ‘띵굴푸드마켓’을 시작했다. 기존 새벽배송 업체들은 막대한 투자로 물류센터를 짓고 물건을 사들여 주문이 들어오면 자체 배송 시스템으로 소비자에 공급했다. 하지만 띵굴푸드마켓은 물류센터를 짓는 대신 망원시장이나 광장시장처럼 소비자 주변의 전통시장 물류거점으로 활용한다. 전통시장의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소비자에 공급하는 셈이다. 서울 시내 특화 시장도 물류 인프라가 된다. 축산물은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수산물은 노량진수산시장을 이용한다. 농협 하나로마트와 수협, 도 참여한다, 신선식품은 가락 농수산물 시장 등에서 공급한다. 제품 배달은 배달대행서비스 부릉(VROONG)을 운영하는 매쉬코리아가 담당한다.

㈜띵굴은 기존에도 새벽 배송을 해왔다. 하지만 후발주자인데다 대형 물류센터를 짓고 배달 인력을 직접 고용하기에는 너무 큰 비용이 든다는 판단에 따라 새로운 새벽배송을 시도하게 됐다. 공간 기획 플랫폼답게 소비자의 밥상과 전통시장 공간을 연결하는 전략을 짰다. 전통시장 인프라를 활용해 소상공인도 살릴 수 있다. 물류센터에서 많게는 3일씩 보관했다 배송되는 제품이 아니라 인근 전통시장에서 직배송 되는 방식이라 소비자는 더 신선한 식품을 받을 수 있다. 중기벤처부가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신개념 사업모델 소셜벤처 취지에도 부합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통시장 상인들도 새벽배송을 통해 제품을 공급하고 싶어 했는데 띵굴마켓이 그런 창구가 된 셈”이라며 “전통시장 상인회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띵굴마켓은 전통시장 외에도 시장 내 맛집, 모회사인 OTD가 운영하는 맛집 편집숍에 입점한 가게의 음식도 살 수 있다. 띵굴마켓에서는 서울 유명 빵집인 태극당 제품을 팔고 있다. OTD는 서울 수도권에서 시작해 앞으로 전국으로 관련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공간 기획 전문가인 손창현 대표가 2014년 설립한 OTD는 건물주로부터 공간을 빌린 다음 유명 맛집 등에 재임대하는 맛집 편집숍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오버더디쉬, 파워플랜트, 디스트릭트 등이 주요 브랜드다. 이미 서울 광화문D타워, 건대 스타시티, 롯데백화점, 마리오아울렛, 하남 스타필드 등이 OTD의 편집숍이 입점해 있다. 신개념 서점 아크앤북을 비롯해 서울 성수동에 버려진 화학 공장을 리모델링, 업무 상업복합시설을 짓는 성수연방으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2019년에는 중소벤처부로부터 예비 유니콘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OTD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를 목표로 코스닥 상장도 준비 중이다. 아직 흑자를 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테슬라 요건 상장(적자기업 상장특례) 등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상장 주관사 선정 작업에서는 기업가치를 4,000억~5,000억원 정도로 평가받기도 했다. OTD의 지난해 매출은 342억원으로 전년대비 41.9% 늘었다. 다만 영업손실은 112억원, 당기순손실은 145억원을 기록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OTD의 시도는 소상공인을 새벽배송 시장에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실제로 흑자로 이어진다면 관련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