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서울경제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계획을 밝히며 환하게 웃고 있다. /성형주기자
임기를 5개월 남기고 중도 사퇴한 김명환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평조합원이 돼 현장으로 돌아간다. 철도노조 위원장과 민주노총 위원장 등 노조 전임자의 길에 들어서기 전 그는 디젤기관차 기술자로 일했다. 몇 곳 남지 않은 디젤기관차 수리소 중 하나인 청량리 차량사업소로 돌아가면 8년 만의 현장 복귀다.
올해는 그의 입사 30년 차를 1년 앞둔 해이기도 하다. 긴 시간이지만 절반 넘는 기간을 노조 전임자나 해고근로자로 지낸 터라 현장으로 복귀하는 감회가 벅차다. 현장 복귀 계획을 밝히며 환하게 웃는 표정에서 현장 동료들을 만나는 것에 대한 기대감을 엿볼 수 있었다. 김 전 위원장은 “평조합원으로 돌아가 젊은 조합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이라며 “그간 쌓은 경험들이 이들과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고 했다.
기대감 사이로 옅은 긴장감도 묻어났다. 그가 담당하는 디젤기관차의 시대가 저물고 전기기관차가 보편화되는 등 기술환경이 크게 변했기 때문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이번에 현장에 돌아가면 약 8년 만에 복귀하는 셈인데, 기술적으로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을 시간”이라며 “과연 내가 돌아갔을 때 일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는 게 사실”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변화를 확인해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배울 수 있는 것은 배워야 한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김 전 위원장은 현장 복귀까지 남은 3주가량 휴가를 즐길 예정이다. 모처럼 긴 휴가가 주어졌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운 눈치다. 그는 “역마살이 있어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데 코로나19로 여행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니 여간 아쉬운 게 아니다”면서도 “위원장으로 있던 2년7개월 동안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두루 만나보고 싶다”고 전했다. 장마철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은 틈틈이 도서관에 들러 책 읽는 재미에 빠져 있다고 한다. 최근 탐독하는 책은 ‘진보집권 경제학’이다. “경제를 참 쉽게 설명해놓았더라”는 한 줄 감상평에서 현장 복귀를 앞둔 전직 노동단체 수장의 복잡한 속내가 읽혔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