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발 관련 질환은 편평족(평발), 무지외반증, 족저근막염, 중족골(발목뼈와 발가락뼈 사이의 발허리뼈)통, 지간신경종, 스포츠 손상(발목 불안정성 및 골연골 병변), 퇴행성 관절염 등이다.
어린이는 발의 아치가 비교적 유연하고 증상이 적은 편평족과 복사뼈 밑 2㎝에 위치한 뼈에 통증이 생기는 부주상골(副舟狀骨)증후군이 흔하다. 부주상골증후군은 뼈가 발달하는 청소년기에 10명 중 1명꼴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족부질환 중 하나다.
◇발목 위 절단 땐 5년 생존율 50% 그쳐= 성인에서는 족저근막염, 무지외반증, 중족골통, 지간신경종, 스포츠 손상, 관절염 등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위중한 질환 중에는 일반적으로 당뇨발(당뇨족)이라고 하는 ‘당뇨병성 족부궤양’이 있다. 식습관의 서구화와 고령화로 당뇨병 환자가 계속해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합병증인 당뇨발 환자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당뇨병성 족부궤양으로 진료받은 사람은 1만5,287명으로 2015년 1만3,944명보다 10%가량 증가했다.
당뇨발이라는 합병증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당뇨병을 오래 앓은 사람들은 신경이상과 혈액순환장애가 동반되기 마련이다. 이로 인해 발까지 혈액이 원활하게 가지 않고 발의 감각이 저하되면 족부궤양에 취약하게 된다. 상처도 잘 아물지 않는다. 발가락 부위에서 시작된 작은 상처로 인해 피부가 헐기 시작하면서 궤양이 발생한다. 허혈(虛血, 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져 조직·장기가 대사에 필요한 산소와 포도당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상태)이나 감염에 의한 조직 괴사가 심해지면 발등·발목·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당뇨발 환자의 40%가량은 1년 안에 절단 수술을 받는다. 발목 위까지 수술을 받는 경우가 10%나 된다. 이런 환자의 5년 생존율은 50% 정도에 불과하다. 까다로운 암에 걸린 환자의 생존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때문에 당뇨병 환자라면 평소 발 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경민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궤양 안 생기게 발 상처·갈라짐 주의해야= 당뇨발 예방을 위해서는 우선 혈당·혈압·콜레스테롤을 철저히 관리해 정상 범위를 유지해야 한다. 발에 상처, 굳은살, 티눈 등이 있는지 세심하게 확인하고 물론 발을 깨끗이 씻고 잘 말린 후 건조해지거나 갈라지지 않도록 보습 크림을 발라주는 것이 좋다.
맨발보다는 땀을 흡수할 수 있는 재질의 양말을 신고, 혈액순환이 되지 않는 꽉 끼는 신발이나 높은 굽의 구두는 피하는 등 평소 생활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고열이 나거나 통증에 대한 감각이 줄었을 때, 굳은살 등이 빨갛게 변하거나 악취·분비물이 있을 때, 피부색이 검게 변하는 증상이 있을 때는 지체 없이 진료를 받아야 한다.
여름철에는 맨발에 슬리퍼·샌들을 신는 일이 잦다. 얇고 단단한 재질, 끈이 달린 신발은 발을 보호하거나 충격을 흡수하는 기능이 떨어진다. 때문에 발뒤꿈치, 발바닥 앞쪽 등에 압력이 가해져 상처와 통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충격 흡수 기능이 충분하고 자신의 발 사이즈에 맞고 통풍과 땀 흡수력이 좋은 운동화를 신는 게 발 건강에 가장 이상적이다. 틈틈이 발을 포함한 다리 스트레칭·마사지 등을 통해 발을 보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해안가나 산·계곡 등 휴가지에서 맨발로 모래사장을 걷거나 표면이 거친 바닥을 밟게 되면 발바닥에 상처가 나고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레저용 신발로 발을 보호하는 게 좋다.
당뇨발은 치료가 쉽지 않고 상처가 낫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다양한 합병증을 갖는 복잡한 상태인 경우도 많아 한 명의 의사가 치료하기에 벅찬 질환일 수도 있다. 때문에 당뇨발 증상이 나타났다면 정형외과·혈관외과·성형외과 등 세부 분야 의료진이 함께 협진하는 전문 클리닉을 찾는 게 도움이 된다. /이경민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