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통일부의 소관 등록법인 대상 사무검사를 두고 “한국 정부의 정치적 결정” “인권침해 소지가 있음을 한국 정부에 통보할지 고려 중” 등의 강한 비판을 내놓았다. 이는 지난달 말 “킨타나 보고관이 통일부의 설명 후 한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하게 됐다”는 점을 강조한 통일부의 주장과는 크게 충돌하는 입장이다. 통일부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강력 항의 이후 탈북단체들에 대한 각종 조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유엔 등 국제기구의 반응을 국민들에게 진실하고 성실하게 전달한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 관련 이슈조차 본인들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편집해 언론과 국민들의 한쪽 눈을 가린 게 아니냐는 것이다. 또 이 같은 갈등이 자칫 ‘외교망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연합뉴스
킨타나 보고관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탈북·북한인권단체들에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통일부의 사무검사에 대해 “인권침해 소지가 있음을 한국 정부에 통보할지 고려 중”이라며 “한국 정부의 사무검사는 정치적 결정”이라고 밝혔다. 킨타나 보고관은 특히 지난달 30일 통일부와 가진 화상면담 결과를 설명하며 “그들(통일부)은 자신들의 결정에 대한 기술적인 면을 설명했다”며 “나는 북한인권단체들에 대한 사무검사는 이런 기술적인 면을 넘어 한국 정부의 정치적 결정이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그는 “사무검사 대상이 탈북민들이 운영하는 인권단체들이기 때문”이라며 “왜 탈북민들이 운영하는 인권단체만 조사하느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나는 (사무검사가) 정치적 결정이라고 보고 통일부 관계자에게 사무검사를 멈춰야 한다고 제안했다”며 “사무검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과 관련 소송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통일부에 대한 관련 통보가 공식화되면 성명도 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여정. /연합뉴스
킨타나 보고관의 이날 발언은 그간의 통일부 주장과 상당히 다른 분위기의 내용이었다. 킨타나 보고관은 지난달 21일 통일부의 탈북단체 설립허가 취소 조치 등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조치 경위를 설명할 것을 요구했으며 이종주 인도협력국장은 같은 달 30일 그와 2시간가량 화상면담을 진행했다. 통일부는 그러면서 언론에 보도자료를 내고 킨타나 보고관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해명한 내용을 주로 알렸다. 또 마지막에 킨타나 보고관이 이 국장의 설명을 듣고 “한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하게 됐다”며 ‘사의를 표명했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통일부는 킨타나 보고관이 서호 차관에게 사무검사 중단을 제안했다는 내용도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다. 킨타나 보고관의 언론 인터뷰를 계기로 통일부가 유엔 등 국제기구와의 소통 내용은 정부의 일방적 발표 외에는 실제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악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이에 대해 “사무검사의 일정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단체 측과 개별적인 협의가 이뤄졌고 사무검사 착수 이전에 모든 대상 단체에 개별적으로 접촉·방문해 취지와 절차에 대한 안내를 드린다”며 “강제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성용 부장판사)는 이달 12일 탈북민단체 ‘큰샘’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해 통일부의 설립허가 취소 조치에 일단 제동을 걸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