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문은 쏟아지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책꽂이-사죄 없는 사과사회]
숀 오마라 지음, 미래의창 펴냄


‘깊이 반성하고 있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용서를 구한다.’

2018년 미국에서 스타벅스는 인종차별 논란으로 사과했고, 같은 해 페이스북은 정보 유출논란으로 인해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협찬을 받은 후 광고 표기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련자들의 해명과 사과가 쏟아져 나왔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기업에서는 잘못을 저지르는 즉시 사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빠른 사과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경우도 늘었다. 너무 많은 사과가 난무하고 사과를 자주 접하게 되면서 가장 진정성 있어야 할 표현들이 그 의미와 무게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신간 ‘사죄 없는 사과사회’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와 조직 심리 전문가인 두 저자가 위기 상황을 맞은 기업들이 사과로 인해 천국과 지옥을 오간 사례를 자세히 들여다보며 제대로 사과하는 법은 무엇인지 소개한다. 저자 숀 아마라는 2015년 PR 및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자문회사 에센셜 콘텐트를 설립했으며, 또 다른 저자 케리 쿠퍼는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조직 심리학 및 보건학과 교수이자 영국 공인인력개발연구소와 복지연구소의 회장이다.

저자는 사과해야 할 사안인지, 누구에게 사과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로 사과해야 하는 일인지에 대한 판단 없이 필사적으로 사과부터 먼저 내놓으려고 하는 현상을 ‘사과 충동’(Apology Impulse)이라고 말한다. 빠르고 신속한 소통을 요구하는 SNS 문화가 진실과 진심이 배제된 무조건적 사과인 ‘사과 충동’을 부추기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셀 수 없이 많은 뉴스가 빠르게 퍼지는 만큼 신속하게 사과하는 경우가 많지만, 충동을 바탕으로 사과하면 오히려 실수할 확률이 높다고 저자들은 경고한다. 책은 빠른 사과 외에도 미안하다면서 결백을 주장하는 사과나 책임회피용 사과 등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꼬집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과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대중이 가장 원하는 것은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잘못에 대해 제대로 책임지는 것이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들은 충동적인 사과 대신 문제에 지혜롭게 대응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마라, 너무 급한 사과보다는 여유를 가져라 등이 그것이다. 1만7,000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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