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3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공사의 일방적 직고용 방침을 규탄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사의 일방적 직접고용 방침으로 실직 위기에 처했다며 서울 도심에서 단체 삭발식을 열고 고용 안정 약속을 지켜 달라고 요구했다.
인천공항 보안검색서비스 노조 등 한국노총 산하 노동단체들은 13일 서울 중구 청계천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인천공항 비정규직 부당해고 집회’를 열고 “노동자들을 실직 위기로 내모는 졸속 정규직 전환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집회에는 인천공항 여객보안검색 요원과 소방대원, 야생동물통제 요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공민천 인천공항 보안검색서비스노조 위원장은 “공사 측이 지난 6월 우리와 어떠한 상의도 없이 보안검색요원의 청원경찰 직고용 방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며 직원들을 대량 실직의 불안 속으로 내몰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듣고 보안검색 직원들의 고용안정 약속을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공인수 인천공항 보안검색운영 노조 위원장은 “우리는 공사 측의 원칙 없는 직고용 절차를 공식적으로 거부하며, 고용안정이 보장되는 정규직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공사는 지난 6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계획에 따라 공항소방대(211명)와 야생동물통제(30명), 여객보안검색(1,902명) 요원 등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발표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인천공항을 방문한 2017년 5월12일을 기준으로 이전에 입사한 사람은 절대평가 방식의 직고용 적격심사 절차를, 이후에 입사한 사람은 공개 채용 절차를 밟게 했다. 소방대원과 야생동물통제 직군의 경우 지난 5월부터 채용 절차를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기존에 근무했던 47명이 탈락해 실직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보안검색요원에 대한 공개 채용 절차는 조만간 진행될 예정이다.
인국공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차라리 고용안정이 보장되는 자회사 정규직으로 남겠다”며 ‘가정을 파탄 내는 직고용 중단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에서는 삭발식도 열렸다. 실직 위기에 놓인 보안검색 요원과 야생동물통제 요원 30여명은 항의의 뜻으로 단체 삭발에 참여했다. 일부 보안검색 요원들은 근무복을 입고 삭발식에 참여했고 여성 노동자들도 동참했다. 한 여성 노동자가 긴 머리를 자르며 눈물을 흘리자 집회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삭발을 한 한 야생동물통제 요원은 “십수 년 동안 공항에서 근무했는데 갑자기 시험을 보라고 하더니 실직 통보를 받았다”며 “세 아이의 아빠이자 한 가족의 가장인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와 공사는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