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정운천 의원과 함께 13일 오전 전북 남원시 금지면 용전마을에서 수해 복구 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전북 남원시 금지면 용전마을 수해 피해 지역으로 봉사 활동을 자원한 통합당 당원은 총 160여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소위 말하는 ‘TK·PK’ 지역 출신 당원은 120여 명이다. 이날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수해 복구 활동에 가장 많이 참여한 지역은 대구다. 대구 북구 지역의 양금희 의원과 대구 동구 지역의 강대식 의원은 각각 40명의 당원과 함께 전북을 찾았다. 윤재옥 의원과 대구 달서구에서 방문한 당원도 8명이었다. 경북 포항에서는 김병욱 의원과 함께 당원 20명이, 부산 북구·강서구에서는 김도읍 의원과 당원 10명이 전북 지역 수해복구에 팔을 걷고 나섰다.
조태용 미래통합당 의원이 13일 오후 전북 남원시 금지면 용전마을에서 수해 복구 활동을 하고 있다. /김혜린기자
지난 4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대한 표결을 위해 열린 통합당 전국위원회에서 만났던 당원들은 주로 50~60대였지만, 이번 수해 현장에서 만난 당원들은 30~40대가 가장 많았다. 이들은 최근 5·18 민주화 정신을 정강정책에 포함하는 등 당에서 부는 개혁의 바람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정치에서 멀어지고자 하는 모습이었다. 부산 강서구에서 온 배 모씨는 “제가 당원 모두를 대표할 수는 없지만, 통합당에서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가장 먼저 전남과 전북 피해 지역을 찾은 것은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레 입장을 밝혔다. 대구에서 온 김 모씨(30대·남)는 “어느 지역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건강한 팔다리로 도울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당의 최근 행보에 대해 “국민과 가까워지는 정치를 하고 있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수줍게 입장을 밝혔다.
13일 전북 남원시 금지면 용전마을을 방문한 대구 북구갑 자원봉사자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김혜린기자
그동안 당내에선 통합당의 ‘좌클릭’, ‘호남 공략’ 전략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당원’이란 이야기가 자주 언급됐다. 노동·환경·민주화 정신 등의 혁신적인 내용을 담은 통합당의 새 정강정책이 의원총회보다 전국위원회에서 더 큰 저항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이에 야권 대선 주자들이 ‘당원에겐 강경보수·국민에겐 중도보수’라는 투 트랙 전략을 고민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전북을 찾은 당원들은 당 개혁의 희망을 보여줬다. 이와 관련해서 한 대구 지역구 의원은 “지역에 내려가면 오히려 ‘잘하고 있다’, ‘이대로 가라’고 격려해주는 분들이 많다”면서 “심지어 경로당 회장마저 그렇게 응원해준다”고 밝혔다.
통합당 의원들은 더 많은 지역 당원들이 참여를 신청했지만 여러 이유로 일부 반려했다고 밝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틀 전 대구 수성구에서 42명의 당원이 전남 구례로 봉사를 갔고, 그때 큰 보람을 느꼈다며 오늘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면서 “그렇지만 (다른 피해 지역을 위해) 따로 조직화하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김도읍 의원은 “몇 분 더 오겠다고 했지만, 규모가 커지면 제공할 수 있는 차편이 마땅치 않아서 10명 내외로 왔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전북 남원시 금지면 용전마을에서 미래통합당 의원 및 당원들이 수해 복구 활동을 하고 있다. /김혜린기자
평상복 차림의 두 의원은 마스크와 모자까지 쓰고 있어 멀리서 일하는 모습을 보면 당원과 구분하기 어려웠다. 이날 31도를 웃도는 날씨에 태양까지 작열해 모두 새빨개진 얼굴로 일했다. 가끔 바람이 불면 시원한 것도 잠시, 소똥·비료·하수구 냄새가 섞인 비린내가 코를 찔러 봉사자들은 더 괴로워했다. 집집 마다 물에 젖어 엉망이 된 가구와 생활용품을 한 무더기씩 쌓아 놓고 있었다. 통합당 의원 28명을 포함한 보좌진·당협당원 300여 명은 5인 1조로 팀을 짜고 집 한 채씩 도맡아 가재도구 세척과 실내 청소를 도왔다. 오전 10시에 전북 남원에 도착한 통합당 인사들은 오후 3시가 넘어서 봉사 활동을 마치고 서울행 버스에 올라탔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당 차원에서 수해 봉사활동 조직화에 힘쓸 예정임을 예고했다. 그는 “전국에 253개의 당협이 있어 당협을 두 팀으로만 나눠도 100명씩”이라며 “서해안 기름 유출 사건 당시처럼 온 국민이 동참하는 풍토를 만들고 싶다”고 제안했다. /김혜린기자 r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