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머티리얼즈 연구원들이 경북 영주시 본사에 위치한 반도체 소재 통합분석센터에서 반도체 공정에 사용하는 특수가스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사진제공=SK머터리얼즈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종목들의 주가가 100% 넘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과 정부의 관심이 이어진 가운데 국내 대기업의 ‘밸류체인’에서 소부장 기업들의 기여도가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본 수출규제로 반사이익을 봤던 ‘애국테마주’ 역시 지난해보다 주가가 급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14일 서울경제가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돼 있는 소부장 관련 기업 11곳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주가는 일본 수출규제가 발생하기 시작하기 직전인 지난해 6월28일에 비해 평균 122.2%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13%)·코스닥(20.9%) 지수 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국내 대표 포토레지스트 제조 기업으로 거론되는 동진쎄미켐은 지난해 6월 말에 비해 주가가 240.3% 올랐다. 실적도 준수하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2% 증가한 606억원을 기록했다. 소재 국산화 ‘대장주’로 꼽히는 SK머티리얼즈도 지난해 6월28일보다 주가가 62.7%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입하며 관심을 모았던 NH아문디자산운용의 소부장 기업 펀드인 ‘필승코리아펀드’도 설정일인 지난 8월14일 이후 1년간 수익률 54.9%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소부장 기업들이 일본의 자리를 서서히 메꾸면서 국내 반도체 밸류체인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가령 SK머티리얼즈는 6월 초고순도 기체 불화수소를 양산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노광공정 핵심 소재인 블랭크마스크 제조업체 에스앤에스텍에 659억원을 투자하며 2017년 이후 처음으로 국내 소재 기업의 지분에 투자했다.
권태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이 선별한 국내 유망 소부장 업체들이 실제로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삼성전자의 최신 극자외선(EUV) 공정에 들어가는 소재까지 국내 업체들과 개발하고 있다는 점도 소부장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와 자본시장의 관심도 소부장주의 몸값 상승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 중소벤처기업부는 ‘소부장 강소기업’ 55곳을 발표하며 관련 기업 육성 의지를 보였다. 이 사업에 선정된 대주전자재료는 주가가 지난해 말 1만7,800원에서 10일 5만3,000원까지 올라갔다. 한국거래소에서 소부장 전문 기업의 상장예비심사 기간을 45일에서 30일로 줄이는 ‘소부장 패스트트랙 제도’를 마련하면서 메탈라이프·서울바이오시스 등이 기업공개(IPO)에 걸리는 기간을 단축하기도 했다.
한편 ‘애국테마주’로 꼽히며 일본 불매운동의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됐던 모나미와 신성통상의 주가도 지난해에 비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나미는 지난해 6월 말에 비해 182.1% 급등했으며 신성통상도 75% 올랐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이들 종목이 실적과 관계없이 한일관계 소식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강한데다 변동성이 커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모나미는 지난해 8월6일 장중 8,950원까지 올랐다가 올해 연초에는 3,000원대 수준까지 내려갔지만 이달 3일에는 주가가 장중 1만5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모나미는 올해 2·4분기 영업손실 5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