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외출이 줄고 병·의원 이용이 감소한 덕이다. 그러나 유례 없이 긴 장마로 당장 이번 달부터 손해율이 치솟을 것으로 점쳐지면서 손보사 실적에 사실상 ‘빨간불’이 켜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화재(000810)·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포인트가량 감소한 84.8~86.5%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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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같은 분위기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데 있다. 7~8월 계속된 폭우로 인해 감소세였던 손해율은 다시 증가 추세로 역전될 전망이다. 지난 10일까지 손보협회에 접수된 자동차 침수피해액만 711억원에 달한다. 2011년 집중호우 때 993억원, 2003년 태풍 ‘매미’ 때 911억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피해 규모다. 국내 손보사의 한 관계자는 “아직 사고 접수가 끝난 게 아니어서 침수 차량의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며 “가을에 태풍까지 올 경우 손해율은 더 올라갈 수 있어 회사 차원에서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고 NH농협손보가 운영하는 농작물재해보험 역시 올해 손해율이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NH농협손보에 지난 11일까지 접수된 농작물 침수피해 신고 건수는 3만5,206건에 달한다. 피해 면적은 1만2,553㏊에 이른다. 전국에 걸쳐 장기간 장마가 계속되면서 벼·배·복숭아·고추·콩 등 재배 농가에서 피해 신고가 잇따랐다.
‘다나스’ ‘링링’ ‘타파’ ‘미탁’ 등 태풍 4개가량이 한반도를 강타했던 지난해 농작물재해보험의 손해율은 186.2%였다. 올해 장마 기간이 50일을 넘은 데다가 농업재해보험의 가입 면적 역시 6월 기준으로 이미 지난해 말 수준을 넘어섰다. 올해 손해율이 200%까지도 뛸 수 있는 셈이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보험금이 지급되는 요인이 다양해 단순 비교할 수 없지만 가입자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에 긴 장마까지 겹쳤다”며 “손해평가사를 통해 피해 현황을 조사해봐야 정확한 피해 규모를 알 수 있지만 올해 보험금 지급이 늘어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