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역시 ‘노재팬 운동’에 조용히 동참한 이 중 하나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과거사 문제 뿐만 아니라, 일본은 저를 비롯해 많은 이들에게 관광지입니다. 거칠게 말해서 돈 쓰러 가는 곳에서 그런 대접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 그리고 정말 옛날에는 일본 제품이 한국 제품보다 좋았고, 일본은 또 발길 닿는 곳 어디나 쇼핑몰이 있는 ‘쇼핑천국’이었습니다. 특히 도쿄는 도시 전체가 쇼핑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런 곳이었고, 한국에는 없는 다양한 제품들이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제 쇼핑하기 가장 좋은 곳은 ‘서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서울은 도쿄를 능가했고, 사실 일본에 있는 건 한국에도 다 있습니다. 보세부터 명품까지 말입니다. 면세를 해준다고 해도 딱히 매력이 없는 곳이 일본이었는데, 그저 가까운 곳으로 해외 여행 가고 맛있는 거 먹는 곳이었는데, 그런 곳에서 ....이라는 생각에 노재팬을 하게 됐습니다. 쓸쓸한 기분이 좋아서, 도쿄에 혼자 여행 가는 거 엄청 좋아해서 아쉬웠지만 시간이 지나니 딱히 도쿄 생각도 나지 않고 이제는 코로나19로 인해 가기도 어려워져 아쉬운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쉬웠던 건 정말 오랫동안 써왔던 S사의 화장품 일본이 과거사를 반성할 때까지 쓰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것인데, 그 전에 면세점에서 사다 쟁여 놓은 것들이 많아서 아직도 쓰고 있는 데 좋은 화장품도 많아서 이것 역시 아쉽지 않더라 이겁니다. 노재팬을 해도 딱히 불편함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제부터 광복절 특집으로 ‘찐후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제품은 후지코 셰이크 아이섀도와 드라이 샴푸 퐁퐁 파우더입니다. 일본의 후지코라는 브랜드의 제품인데 한국의 화장품 제조 개발(ODM) 회사인 코디(080530)가 만든 제품입니다. 뚫기 어려운 색조 시장을 뚫은 기특한 회사의 제품입니다. 이제 뷰티 역시 K뷰티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취향 까다로운 일본인에게 인기가 많다고 해서 써봤습니다. 인기가 많다는 것은 한국 화장품을 인정한다는 것일 겁니다. 일본에서 인기가 있다는 한국 회사가 만든 화장품을 써 보면서 든 복잡한 여러 가지 생각도 적어 놨습니다.
우선 제품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셰이크 아이섀도는 액상형으로 흔들어서 사용하는 제품입니다. 보통 섀도는 파우더 형태이거나 리퀴드라고 해도 반짝이를 넣어서 완전 액체라고 보기는 어려운 그런 제품인데, 후지코 섀도는 완전히 액체입니다. 흔들어서 사용해야 해서 셰이크 섀도라고 이름을 지은 듯합니다. 이게 처음에는 잘 발릴까 했는데, 파우더 형태는 눈에 여러 번 발라야 하지만 이 제품은 물감처럼 한 번만 발르면 바로 발색이 됩니다. 물론 진하게 바르고 싶다 그럼 여러 번 덧칠을 하면 됩니다. 색조 화장에서 가장 중요한 게 발색과 지속력인데, 발색은 색조 전문 코디답게 아주 좋습니다.
이 제품 후기를 쓰기 위해 취재원을 확보했습니다. 보다 객관적인 후기를 위해서 말입니다. 이 분은 전에도 일본 화장품을 많이 쓰셨다고 합니다. 그는 “이거 너무 좋습니다”라며 극찬을 시작하더니 “평소 브라운-버건디 계열의 섀도우를 많이 사용하는 저에게 딱 이었어요. 액상이어서 밀착이 잘 될까 라는 의심이 생기긴 했지만, 바르자마자 밀착력이 아주 좋고, 저녁까지 유지도 잘 되었답니다”라고 평가해주셨습니다.
다음은 드라이 샴푸 퐁퐁 파우더입니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제품으로, 아침에 머리를 감지 못했을 때 이걸 뿌려주면 머리 감은 효과를 주는 그런 아이템입니다. 독일 등 유럽에서 긴 머리 여성들이 많이 사용하는 걸 봤습니다. 독일에 갔을 때 친구가 머리 못 감았을 때나 귀찮을 때 사용하면 좋다고 해서 추천해서 데엠(DM)에서 몇 개 샀던 기억이 있는데(갑자기 DM 털러 가고 싶은...), 바로 그런 제품입니다. 그때 이걸 샀다는 게 아니라, 비슷한 아이템을 샀던 기억이 있는데 코디가 이걸 제조한다는 것입니다. 머리 감기 귀찮을 때 혹은 요즘처럼 장마가 길어져 습할 때 머리가 쳐져서 스타일이 아주 엉망이 될 때 뿌려주면 좋습니다. 헤어스타일리스트만 따로 까다롭게 고르는 ‘셀럼’들이 많을 정도로 헤어스타일은 정말 중요한데, 저희가 그렇게 전용 스타일리스트는 고용하지 못해도, 이런 아이템 하나는...
이번 아이템을 소개하면서 든 생각 하나만 말씀 드리고 마치겠습니다. 한국의 ODM 회사가 만든 일본 브랜드 화장품 과연 한국 화장품일까? 일본 제품일까? 프랑스 브랜드 화장품의 대주주가 일본 자본이라면 이 브랜드에 대해서 노 재팬을 실천하는 기자는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까. 코로나19로 국경이 철저하게 생기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자본에는 국경이 없으니 생각이 복잡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비건인 지인들이 “나는 계란, 우유까지 안 먹는 비건이야” “우유 마시면서 비건이라고 할 수 있나?”라는 언쟁을 이는 것을 보고, 참 복잡하고 어렵게 먹는구나 싶었는데, ‘노재팬’을 실천 중인 저도 비슷한 고민이 듭니다. 셰이크 아이섀도와 드라이 샴푸 퐁퐁 파우더가 한국 브랜드로 나온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