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어죽기 전에 '코로나 시대 공연법' 논의할 수 없나요"...탄식 깊어지는 공연계

코로나19 장기화에 공연 연기·취소 속출하며 고사 위기 놓인 공연계
"폐업한 기획사 많아"...올 상반기 공연 매출은 지난해 하반기 '절반'
"코로나 속 지속가능한 공연법 논의해야 한다...야외공연 위험성 낮아"

/이미지투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에 공연계의 탄식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취소되거나 연기됐던 공연들이 재개하며 공연계에도 반등의 조짐이 보이던 찰나, 지난 며칠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됐기 때문이다. 고사 직전에 다다른 업계의 회복과 종사자들의 생계를 위해 ‘코로나 시대의 공연법’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공연이 취소·연기되면서 많은 공연기획사의 직원들은 휴직 혹은 실직 상태에 놓여 있다. 한국콘서트제작자협회장을 맡고 있는 류재현 문화기획자는 “한국에서 가장 큰 공연기획사들은 해외가수의 내한공연이나 페스티벌을 주로 진행했는데 이런 사업들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라며 “폐업한 기획사들도 많다”고 토로했다. 일례로 한국의 대표적인 음악 축제로 꼽히는 ‘서울재즈페스티벌’ 측은 지난 13일 공연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관객들이 ‘내일은 미스터트롯’ 대국민 감사콘서트에 입장하기 앞서 관람 주의사항을 읽고 있다./연합뉴스

고사 직전에 놓인 공연계의 상황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지난달 2일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공연계 매출은 약 952억6,800만원으로 지난해 하반기 매출액(약 1,900억원)의 반토막이었다. 지난달 22일엔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연업계를 살리기 위한 현실적인 정책과 방안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글에서 청원자는 “정부는 언택트 공연을 권장하였으나, 언택트 공연의 특성상 팬덤이 두터운 아티스트의 공연만 가능하고 무엇보다 단발성”이라며 “업계의 회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 속 16일에 단행된 서울·경기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조치는 공연계 종사자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일 수밖에 없다. 지난 6월께부터 뮤지컬 ‘모차르트’ ‘렌트’ ‘브로드웨이42번가’ 등이 방역수칙 준수 하에 공연을 개최하며 공연계에도 반등의 조짐이 보이던 차였다. KOPIS 통계를 보면 7월 공연계 매출은 약 166억원으로 약 104억원의 매출을 올린 지난 6월보다 60% 상승했다. 이달 초에는 TV프로그램 ‘미스터트롯’의 대국민 감사콘서트도 네 번의 연기 끝에 5회차 공연을 성료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하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다. 방역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서는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이 직접 만나는 모임과 행사를 자제하도록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영국 뉴캐슬 고스포드 파크에서 관객들이 각 일행에게 마련된 펜스 안에 들어가 콘서트를 즐기고 있다./사진제공=‘TAPED’ 페이스북

더 늦기 전에 ‘코로나 시대에도 지속 가능한 공연법’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류 문화기획자는 “지방자치단체가 개최 직전에 축제를 취소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그 경우 손해는 기획사들이 전부 떠안아야 한다”며 “무조건 ‘안 된다’고 금지만 할 게 아니라 안전하게 공연을 개최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류 문화기획자는 “야외공연의 경우 감염 위험이 낮으니 대관조건이 까다로운 종합운동장 등의 문턱을 낮춰 소규모 기획사들에도 빌려주는 방법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지난 11일 영국 뉴캐슬 고스포드 파크에서는 펜스가 둘러진 공간을 5명당 하나씩 배정한 ‘사회적 거리두기’ 콘서트가 개최돼 화제가 됐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역시 “야외공연이 사람 간 2m 간격을 지키며 진행된다면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사람이 밀집한 식당보다도 안전하다고 본다”며 “코로나19가 빠른 시일 내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합리적인 규제책이나 진흥책을 만들어 줘야 현장의 종사자들이 생계를 위협받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영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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