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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는 서울이라도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는데다 임대료도 많지 않아요. 그런데 무조건 보증보험을 가입하라고 하고, 폐업은 못하게 하면 어떡하라는 겁니까.”
서울 강서구에서 빌라 두 채로 임대사업을 하는 A씨는 “사업을 접고 싶은데 접을 수가 없다”며 이 같이 하소연했다. 정부가 주택임대사업을 사실상 폐지했지만 아파트와 달리 다세대·다가구주택으로 임대사업을 하는 사업자는 해당되지 않는다. 가뜩이나 사업성이 낮은 와중에 임대보증금 보험 가입 의무까지 더해졌지만 퇴로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반발하는 임대사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7·10 부동산대책에 따라 등록임대 제도 개편 사항을 반영한 ‘민간임대주택특별법’ 개정안이 18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 시행과 함께 기존 단기(4년), 아파트 장기일반 매입임대(8년) 제도는 폐지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두 유형으로 신규 등록이 불가능해진다. 기존에 등록한 단기임대 유형은 의무임대기간이 지나면 자동 말소되고 장기임대로의 전환은 금지된다. 8년 장기임대의 경우 장기일반 매입임대 방식은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 대해서만 신규 등록이 허용된다.
사실상 등록임대제도가 폐지되지만 8년 장기 다세대·다가구 주택 임대사업자들은 해당하지 않는다. 아파트로 임대사업을 한 경우만 해당이다. 아파트 장기임대 사업자들은 의무임대기간 전이라도 자진 말소 시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와 거주주택 비과세 등 기존에 보장한 세제 혜택을 보장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빌라나 원룸 등으로 사업을 하는 다세대·다가구 임대사업자들은 꼼짝없이 임대의무기간을 채워야 자진 말소가 가능하다.
문제는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임대사업자들이 부담해야 할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모든 등록임대주택에 대해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을 가입하도록 의무화했다. 원룸이나 소형주택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하는 사업자들은 비용 부담 증가로 사업성이 더욱 낮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노후화된 빌라로 사업하는 일부 사업자들은 임대료는 적은 데 비해 유지·보수 비용 부담액이 커 가뜩이나 손실 위험이 높은 와중에 추가로 보증보험 의무 가입까지 하면 사업을 유지하기가 불가능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아파트의 경우 임대료를 통한 수익이 낮아도 집값 상승에 따른 수익이 높아 비용 부담이 가능하지만, 집값 상승률이 높지 않은 빌라는 ‘직격타’ 수준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보증보험에 드는 비용은 임대주택 별로 사업자의 신용도, 부채비율 등에 따라 다르지만 2억원 전셋집의 경우 최소 연 수 십만원에서 백만원 이상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보증보험 가입을 위해서는 감정을 해야 하는데, 한 채당 50~70만원 수준의 비용을 임대사업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이유로 다세대·다가구 주택 임대사업자들은 “이럴거면 자진말소가 가능하도록 퇴로를 열어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주택임대사업자 자진말소에 아파트만 허용하는 불공정을 해소해 달라”는 청원글이 올라와 660여명의 동의를 받은 상태다. 청원인은 게시글에서 “주택은 아파트만 있는 것이 아니고 빌라도 포함된다”며 “동일한 주택임대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아파트만 자진말소를 허용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