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오크의 배달 로봇 ‘릴레이’ /사진=사비오크 홈페이지
2000년대 초반 ‘호텔리어’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한류 스타 배용준이 주연으로 나온 드라마로 호텔리어들의 일과 사랑에 대해 다루면서 호텔리어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었던 드라마죠. 일본에서도 리메이크가 되기도 한 드라마 입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앞으로는 호텔리어와 같은 드라마가 나오기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로봇이 호텔리어가 하는 일 중 많은 부분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로 미증유의 위기에 처한 호텔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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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을 만회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호텔들의 대량 해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을 닫는 곳도 속출하고 있고요. 비즈니스 모델에 변화를 주려는 곳도 생기고 있고요. 얼마 전 미국의 부동산 디벨로퍼이자 호텔리어 안드레 발라즈가 호텔을 프라이빗 클럽(private club)으로 전환할 계획이라는 내용을 전해드리기도 했죠. ▶[글로벌 부동산 톡톡]코로나에 100년 전 사교클럽으로 돌아가는 호텔(https://n.news.naver.com/article/011/0003777906)
로봇 도입해 비용 줄이려는 호텔들
메이드봇의 청소 로봇 ‘로지’ /사진=메이드봇 홈페이지
코로나19로 이후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로봇을 활용하는 호텔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서비스 로봇제조업체 사비오크(Savioke)의‘릴레이(Relay)’ 배달 로봇, 메이드봇(Maidbot)의 ‘로지(Rosie)’와 같은 청소 로봇이 호텔에서 사용되는 대표적인 로봇인데요. 최근 호텔들이 이러한 로봇 사용을 확대해 비접촉 룸 서비스를 제공하고, 복도 바닥을 청소하는 대신 호텔 직원들은 더 많은 시간을 방을 소독하는데 쓴다고 합니다. 호텔 투자자인 밥 알터 씨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이전에는 보통 로봇이 한달에 200~300번 정도 객실을 오가면서 투숙색들에게 칫솔이나 수건과 같은 물건들을 운반했지만 현재는 최대 700번 정도 오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스티브 커슨즈 사비오크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로 호텔 산업은 큰 위기를 맞았지만 로봇에 대한 수요는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두 배로 증가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사실 호텔업계에서 로봇을 도입한 건 꽤 됐습니다. WSJ에 따르면 메리어트 계열의 알로프트가 2014년 실리콘밸리에서 도입한 게 시초라고 합니다. 코로나19 이후로 호텔업계의 로봇 도입을 본격적으로 확산될지 주목됩니다.
로봇 도입이 일자리 갈등 유발할 수도
호텔업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최근 들어 도시 근로자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화이트칼라(White-Collar)’의 붕괴가 빨라지고 있는데요. 기술의 발달 때문입니다. 노무라종합연구소와 옥스포드 대학이 2015년에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10~20년 후 일본 노동인구의 49%가 AI와 로봇으로 대체된다고 전망하기도 했는데요. 실제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은 AI를 활용한 디지털화 등을 통해 국내 종업원의 30%에 해당하는 9,500명의 업무량을 대체할 방침입니다. 앞으로 호텔업계뿐만 아니라 전 산업 분야에서 로봇과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일자리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코로나19는 이 같은 변화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습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