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에서 새롭게 선보인 ‘뉴하나원큐’/사진캡쳐
‘내 손 안 금융 비서’인 마이데이터의 사업권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됐다. 은행, 카드사 등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서비스를 선보이고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다른 업종과도 적극 손을 잡는 모양새다. 금융사들은 1차 심사 대상에 들기 위해 금융당국의 선택을 기다리는 가운데 미리 고객의 눈을 사로잡아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
자산관리앱 전면 개조...IT-금융 연합전선 구축도
|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마이데이터와 관련해 개인자산관리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새롭게 출시하거나 업그레이드를 앞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하나은행은 기존 모바일 앱인 ‘하나원큐’를 개선한 새로운 버전 ‘뉴하나원큐’를 최근 출시했다. 뉴하나원큐는 하나금융 계열사뿐만 아니라 타 금융사까지 흩어져 있던 금융 자산을 스크래핑을 통해 한 곳에서 조회, 관리해주는 게 특징이다. 기존 하나원큐가 ‘3분 컵라면 대출’로 인기를 끌었던 점을 고려해 각종 인증 및 금융거래 속도를 상당히 단축 시켰다. 얼굴 인증을 도입해 인증하는 데 1초, 계좌 이체하는 데 10초, 예·적금 가입하는 데 1분이 걸리도록 구현했다. 카드 사용 내역부터 현금영수증까지 종합적으로 지출 내역을 분석해준다. 타인에게 송금 시 차용증을 작성해주는 기능도 추가해 기존 핀테크 업체의 송금 서비스와 차별화를 겨냥했다.
신한은행 역시 마이데이터 서비스인 ‘My자산’의 업그레이드를 진행 중이다. KB국민은행은 기존 서비스인 ‘마이머니’를 마이데이터 서비스로 업그레이드 해 다음 달 초 선보일 예정이다. IBK기업은행은 중소기업 특화 전문은행인 만큼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중소기업 대표, 근로자를 위한 특화된 마이데이터 서비스 개발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고객 정보가 타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보여주는 방향으로 관련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KT와 손잡고 마이데이터 관련 공동 영업, 마케팅 상품 개발 등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데이터 강점 지닌 카드업계도 전열 정비 나서
|
마이데이터 사업을 위한 준비는 비단 은행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카드 업계 역시 경쟁적으로 타 업종과 손을 잡고 관련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신한카드는 SK텔레콤과 ‘빅데이터 사업 전략적 제휴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관광 분야에서 카드 결제 데이터와 이동통신사의 위치 데이터의 결합을 통한 활용을 예고했다. 기존에는 카드 결제데이터만 갖고 있어 고객의 실제 위치와 이동 방향을 고려한 활용이 제한적이었다. SK텔레콤의 위치 정보를 결합해 관광 분야에서 다양한 컨설팅 및 마케팅에 활용하겠다는 게 신한카드 측 설명이다. 하나카드 역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대전시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장애인 이동 지원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대전 시민의 교통복지카드 데이터와 실시간 교통정보 데이터 등을 결합할 계획이다.
━
"'20개사' 선정 1차 리스트 포함 안되면 도태"...60여개사 격전 예고
|
은행, 카드 등 대부분 금융사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에 관심을 보이면서 업계에서는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따내는 것부터 ‘전쟁’이라는 반응이다. 현재 마이데이터 사업에 예비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회사는 60여개에 이른다. 금융당국은 신청서를 검토해 준비가 잘된 업체 20여개를 추려 본허가 심사에 착수한다.
A 은행의 디지털 담당 관계자는 “지금은 금융당국에 ‘간택’되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이미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운영 중인 사업자를 우선 심사하겠다고 밝힌 만큼 개인자산관리서비스를 해온 은행이 다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
복수 계열사 참전한 금융그룹도 눈치싸움...듀얼 라이선스 쟁취 지주사 극소수될듯
|
한 지주사 내 은행, 카드, 보험, 증권 등 다수의 계열사가 예비허가를 신청한 금융지주는 상황이 더 난처하다. 타사뿐만 아니라 그룹사 안에서도 경쟁해야 하는 처지가 된 탓이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 내 계열사 한 곳만 인가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계열사 간 긴장 수위가 높아지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지주 계열 여부에 상관 없이 심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한 금융 지주 내에 2곳 이상의 계열사가 라이선스를 따긴 어려울 것이라는 계산이다. B 금융지주사의 한 관계자는 “데이터는 카드사가 많지만 자산 조회 기능은 은행이 해온 영역이라 교통정리가 쉽지 않다”며 “지주사 안에서 한 계열사만 허가를 따도 문제”라고 말했다.
1차 마이데이터 심사는 10월까지 진행된다. 2차는 11월부터 내년 1월, 3차는 2~4월로 예정돼 있다. 업계에서는 최소한 2차 심사 대상에는 들어가야 마이데이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내년 2월부터 마이데이터 사업이 허가제로 바뀌는 만큼 내년 2월 전에 허가를 받지 못하면 현재 운영 중인 서비스는 모두 불법이 된다.
C 은행의 마이데이터 담당자는 “내부에선 제로 베이스에서 네이버 같은 서비스를 만들어보자는 목소리도 나는데 은행이 가진 데이터, 시스템 등을 생각할 때 네이버처럼 할 수도 없고 플랫폼을 직접 만들려다가 망할 가능성이 오히려 더 크다”며 “당장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아도 차별화된 서비스가 나오긴 어려운 만큼 긴 호흡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