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7일 입장을 내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최악의 경제·고용 위기 상황에서 기업의 지불능력 악화와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한 회복 전망 등을 고려할 때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은 최소 ‘동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총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을 3% 중후반대 수준에서 인상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국민 부담을 고려해 2% 중후반대 수준의 인상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총은 이에 대해 보험료율을 종전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아예 더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은 2018년 기준으로 연간 건강보험료 수입의 38%를 납부 중이며 이 같은 기업부담분은 보험료율 인상 외에도 근로자의 임금 상승에 따라 매년 자연 상승하고 있다고 경총은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가 코로나 위기로 올해 1분기 -1.3%, 2분기 -3.3%의 역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앞으로도 경제와 노동 시장 전반의 장기 침체가 우려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경총이 실시한 ‘건강보험 부담 대국민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53.3%는 내년도 건강보험료율 동결 또는 인하를 요구했다. 정부가 검토 중인 ‘2%대’와 ‘3%대’ 인상을 지지한 응답은 각각 8.0%, 2.6%에 불과했다.
경총은 “지난 1분기 9,435억원의 건보재정 적자를 기록했다고 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국민적 예방 활동과 연계돼 의료이용량이 상당 수준 감소한 만큼 당초의 적자운영 계획과 대비하면 당분간은 건강보험 재정상의 여유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 재정의 중장기적 건전성 악화 우려에 대해서도 정부가 보험료율 인상보다는 보장성 확대 계획의 전면적 조정을 포함한 지출 측면에서의 합리적 관리에 보다 비중을 두고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경총의 입장이다.
경총은 “급속한 고령화와 맞물린 세계 최고의 의료이용량 증가, 정부의 대폭적인 보장성 강화, 부정 수급액과 전반적인 관리운영비 증가 문제 등에 대해 정부의 체계적인 정책 대응이 요구된다”며 “감당할 수 있는 보험료율을 바탕으로 지출을 통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총에 따르면 지난 10년(2008∼2018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보험 기여금의 누적 증가율은 우리나라가 34.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경총은 “이미 우리나라의 사회보험 부담 증가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는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에도 상대적인 부담이 돼 미래의 사회보험 부담능력 자체까지 축소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서종갑기자 ga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