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가운데) 전 VIK 대표가 지난 2016년 9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에 투자했다 피해를 본 21명이 회사와 이철 전 대표를 상대로 낸 1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VIK 임직원들이 투자자를 속여 수천억원의 자금을 받은 만큼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단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임기환 부장판사)는 투자 피해자들이 VIK와 이 전 대표 등 8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투자자들은 투자금 10억5,684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전 대표 등은 지난 2011년 투자업체 VIK를 차리고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약 3만명으로부터 7,000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전 대표는 징역 12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재판을 받는 동안 또 다른 거액의 불법 투자 유치 혐의가 드러나 올 2월 1심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형사사건에서 사기죄로 기소돼 유죄로 인정된 부분 외에 기소 대상이 아니었던 것들도 VIK에 손배 책임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VIK 임직원들이 금융투자업 비인가 업체임을 알리지 않고 선진적 투자기법을 갖춘 적법한 투자회사인 것처럼 꾸몄지만 투자종목을 기획·분석할 인력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투자금을 모으며 수수료를 뺀 나머지 돈을 투자 대상 사업에 투자함으로써 수익금을 줄 것처럼 선전했지만 실제로는 기존 투자자들 돌려막기 용도로 쓰였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에 비춰 관련 형사사건에서 사기죄로 기소되지 않은 투자종목에 대해서도 VIK 임직원들이 투자자들을 속여 손해를 보게 했다”며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