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자금’ ‘보증’ 한 자씩 쓰고 웃음 찾은 구례상인

구례5일장·화개장터 가보니
수마 상처컸지만 복구 구슬땀
박영선, 일대일 직원 지원 꺼내
‘사각’ 무등록 점포도 해결 약속

18일 전남 구례5일시장 한 상인이 박영선 중기부 장관과 간담회에서 지원대책을 휴대폰에 적고 있다.

‘긴급경영안정자금, 특례보증’

18일 전남 구례 5일시장 상인회사무실. 점포에서 막 뛰어나온 듯한 편한 옷차림을 한 중년여성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지원대책을 심각하게 듣다가 휴대폰을 꺼냈다. ‘긴급경영안정자금’ ‘특례보증’을 서툴게 받아적고 희미하게 웃었다. 이날 사무실 1층에는 의자도 없이 땀을 흘리면서 십여명의 상인이 박영선 장관과 김영록 전남도지사의 지원대책을 굳은 표정으로 들었다. 상인들을 중기부 공무원이 일대일로 지원한다며 해당 공무원 이름과 점포명을 박 장관이 일일이 호명했다. 상인들은 수해 피해가 복구될 때까지 전담공무원에게 도움을 받으면 된다. 그제서야 노인들의 얼굴에는 안심한다는 표정과 웃음기가 돈다.


18일 전남 구례 5일장 내 광장에 빈 테이블과 쓰레기가 놓여 있다.

수마가 할퀴고 간 구례 5일장은 점포마다 굳게 철문이 내려가 있었다. 일반 성인키보다 높은 수위의 강물이 시장을 휩쓸고 지나갔다. 문을 연 점포는 노부부가 마늘과 이불을 말렸고, 자원봉사자는 삼삼오오 집기를 닦았다. 손님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자원봉사자들로 북적였다. 중기부 산하 기관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지원부스를 차렸고, 삼성전자, LG전자가 마련한 수리센터 직원은 올해 가장 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면서 제품을 수리했다.

16일 환경부 장관 방문 당시 수해 피해 책임을 지라며 격앙됐던 구례 분위기는 이날 찾아볼 수 없었다. 상인들이 피해복구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중기부가 현장에서 제시해서다. 구례군이 피해상인에게 200만원씩 지원하는 것과 달리 현재 중앙정부는 법적으로 이들 상인을 지원하기 어렵다. 157개 점포 가운데 142곳이 무등록 점포기 때문이다. 중기부는 묘안을 냈다. 사업자로 등록하도록 해 피해지원을 일정 기간 소급적용하는 것이다. 박 장관은 “지금이라도 소상공인으로 등록하고 전표만 증빙하면, 중기부가 지원하도록 했다”며 “사업자 등록증이 있어야 특례보증, 긴급경영안정자금도 지원받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18일 전남 구례5일장에 마련된 삼성전자 수리센터의 직원들이 가전제품을 수리하고 있다.

재해 복구가 되도 근심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상인들은 손님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걱정이다. 한 상인은 “점포를 다시 정비해도 코로나19 탓에 손님이 올지 막막하다”고 답답해했다. 이날 중기부가 점포 한 곳에서 보여준 온라인 판매 플랫폼 시연행사에 고령의 상점주들도 참석한 이유다. 박 장관은 “장흥에서 한우 키우던 농가가 있었는데 온라인으로 판매를 시작하니 연 매출액이 20억원까지 올랐다”며 “구례는 지리산에서 나는 고사리부터 좋은 농산물이 많아 온라인에서도 잘 팔릴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날 박 장관의 경남 하동 화개장터까지 이어진 현장 방문에는 산하기관장도 동행해 상인들을 위로했다. 조봉환 소진공 이사장은 구례5일장에서 상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빠른 시일 내 전통시장 행사 등을 준비해 판로를 돕겠다”고 약속했다. 김학도 중진공 이사장은 화개장터에서 침수피해가 컸던 녹차생산업체를 만나 “특별재난지원구역으로 지정되면, 이전처럼 매출 기준으로 지원금을 구분하지 않는다”며 안심시켰다.
/전남 구례=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18일 경남 화개장터 내 한 점포에서 간담회를 열고 점포와 중기부 직원의 일대일 지원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중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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